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발 불확실성을 감안해 '마이너스 성장' 여지도 남겼다. 내년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다. KDI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KDI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 상반기(-0.2%)와 하반기(0.5%)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2.3% 대비 2.1%포인트(P) 낮췄다. 0.2%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보다 극심한 경기 침체를 예고한 셈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다.
그러나 이번 경제성장률 분석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1.2%), 골드만삭스(-0.7%), 금융연구원(-0.5%)보다 높다. KDI가 팬데믹 현상,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경제성장률 분석에서 민간소비와 수출은 성장세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됐다. KDI는 “수출은 주요 국가의 무역 봉쇄 조치로 급격히 위축돼 성장세를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은 올해 1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10.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가능성이 가장 엿보이는 숫자는 0.2다”면서 “다만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숫자도 가능하다.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 물량 축소에도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지난해(600억달러 흑자)와 유사한 594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로 흑자폭이 409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상반기에 4% 급감하는 등 올해 2%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에도 감염병 확산으로 0.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같은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취업자 증가폭은 20만명에서 0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공공 주도의 직접 일자리가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제언으로 KDI는 우선 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 건전성 대응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재정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 수입 확보 방안을 병행, 추후 본예산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통화정책은 경기침체와 물가 하방 압력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최대한 인하한 후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