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청원에 대해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고 밝혔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과수 등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 억울한 운전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은 35만4857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어린이보호구역내(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청원 답변을 통해 “지난 3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된 이후 과잉 처벌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기준 이하의 속도를 준수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불안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조건적 형사처벌은 과한 우려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해당 법률 취지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 기준을 강화해 운전자가 더 주의하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게 해 궁극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도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합리적 법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 등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 19로 미뤄졌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교 개학이 오는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오랜만에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들뜬 나머지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도로를 횡단하거나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올 수 있어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스쿨존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1995년에 최초 도입됐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시설이 설치되고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 기준 또한 높게 설정됐다.
김 본부장은 “스쿨존은 운전자에게 특별한 안전운전 의무가 부여된 지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별다른 경각심 없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의 주요 원인 중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전체 사고의 68.7%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해 발생한 故 김민식 군 교통사고가 계기가 돼 국회에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고,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하게 됐다”며 “어린이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뿐만 아니라, 교통시설 개선과 확충, 안전인식 개선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합동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5개 분야 24개 과제를 마련해 추진 중이다.
2022년까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중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곳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을 모두 설치한다. 올해는 교통사고 우려가 큰 지역에 무인교통단속장비 2087대, 신호등 2146개를 우선 설치한다. 어린이보호구역 900여개소에 안전펜스를 올해 안에 설치하고 2022년까지 필요한 곳에 모두 설치한다.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하고 예방운전을 할 수 있도록 옐로카펫, 노란발자국과 같은 시설들을 확대한다. 올해는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초등학교 100개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내년까지 모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와 어린이 시야를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와 시설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 불법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범칙금과 과태료를 현행 일반도로의 2배에서 3배로 상향하도록 하반기 중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노상주차장 281개소를 모두 폐지한다. 안전신문고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대상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추가해 6월 말부터 시행한다. 초등학교 주변에 주정차 단속장비도 올해 1160여 대를 설치한다.
김 본부장은 “교통사고로 인해 어린이가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통학로 교통안전 문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 주변 위험요인들을 직접 찾아 지도에 표시하고 공유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위험 상황을 실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감형 교육자료를 확대 보급하고 안전체험관 체험학습 기회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과 표출화면을 개선하는 동시에 제한속도 지키기 범국민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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