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절반 넘게 할인돼 왔던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이 오는 7월부터 향후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몰된다. 급속(50㎾이상) 충전요금의 경우 1㎾h당 충전요금 173원에서 오는 7월부터 250원 전후로 오르고, 2년 후에는 두 배 이상까지 오른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전기차 주행거리 성능만큼이나 일종의 전기차 연비효율인 전비(전력 1㎾h당 주행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주행 성능만큼 중요해진 '전비'
21일 본지가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12종을 대상으로 전비를 분석한 결과 상온(23도)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7.3㎞, 저온(-7도)에선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5.7㎞로 가장 높았다. 상온의 전비는 아이오닉에 이어 한국지엠 볼트(Bolt)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테슬라 '모델3'가 각각 6.4㎞, 6.3㎞, 6.2㎞로 뒤를 이었다.
반면 상온에서 가장 전비가 낮은 차량은 재규어 'I-페이스'로 3.9㎞를 기록했고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EQC'와 테슬라 '모델S'가 각각 3.4㎞, 3.8㎞로 뒤를 이었다. 이들 차량은 아이오닉 일렉트릭(38㎾h)보다 배터리 용량이 두 배 이상 많은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탓에 중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I-페이스'는 듀얼 전기모터를 장착, 차체 중량이 증가하면서 전비가 비교적 낮게 나왔다. 같은 10㎾의 전기를 충전할 경우, 아이오닉은 73㎞를 주행하는 반면 'I-페이스'는 39㎞를 주행하는 셈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민감한 겨울철 전비에서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5.7㎞)이 가장 높았다. 이어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기아차 '니로EV'가 각각 5.6㎞, 5.4㎞로 뒤를 이었다. 이는 현대·기아차 특유의 배터리 히팅 장치 등 냉·난방 공조시스템 고효율화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반면에 겨울철 전비가 가장 안좋은 차량은 2.5㎞를 기록한 'I-페이스'로 나타났다. 이어 EQC와 르노삼성 'SM3 Z.E.'가 같은 3.2㎞로 뒤를 이었고, 테슬라 '모델3'와 BMW 'i3 120ah'도 3.8㎞로 나타나 비교적 겨울철 전비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시 가장 큰 요인으로 주행성능을 꼽지만,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차량이 무거워져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차 가격이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며 “충전용 전기요금 인상과 특히 겨울철 전비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12종을 대상으로 환경부의 상·저온 주행성능 인증 평가 수치를 기준으로 전기차 제작사가 밝힌 배터리 용량을 근거로 분석했다.
◇하반기 전기차 시장 국산차 vs 테슬라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지난 4월부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행된지 8년 만의 성과다. 정부는 올해 작년 약 4만대 보다 두배 이상 많은 8만4150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정한 수요와 공급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국내 시장은 현대·기아차와 테슬라 간 선두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는 하반기까지 최소 19종의 전기차가 국내에 판매된다. 지난 4월까지 판매량에서 앞선 건 테슬라다. 테슬라는 월별 판매량에서 1월 138대, 2월 1433대, 3월 2499대로 상승했다. 테슬라 전기차의 1분기 판매량은 4070대로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8831대)의 절반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2년 연속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현대차와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EV'를 앞세운 기아차의 시장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소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생산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시장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3000대 수준의 '모델3'를 국내 들여왔지만 4·5월에 국내 배정 물량이 없다. 오는 6월 또 다시 한차례 대규모 물량이 국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달 꾸준한 물량 공급은 어렵다는 게 테슬라코리아 안팎의 이야기다.
국내 판매량 1위를 지켜온 '코나 일렉트릭'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871대로 전년 대비 약 30% 넘게 판매량이 줄었다. 판매량 2위를 지켜온 '니로EV' 상황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니로EV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211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40% 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장거리형 전기차로 주목 받는 한국지엠 개선형 모델 '볼트(Bolt)'와 유럽 누적 판매량 1위인 르노 '조에(Zoe)'에 마저 생산 차질로 국내 출시가 연기 혹은 물량이 축소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시장 수요뿐 아니라, 공급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모든 게 정상화된다면 올해 전기차 시장은 현대·기이차와 테슬라 '모델3'간 선두권 경쟁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