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 속도 내는 '코로나19 백신'…기대를 '배신'하지 말아줘

[과학핫이슈] 속도 내는 '코로나19 백신'…기대를 '배신'하지 말아줘

코로나19와 싸움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서는 완전한 극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세계의 눈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추이에 쏠리고 있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면서 희망은 한층 커지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1단계 임상시험(1상)에서 참가자 전원에게 항체가 생겼고, 이 가운데 8명이 중화항체 보유자였다고 발표했다.

모더나는 18~55세의 참가자 45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을 투여했다. 8명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이다.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은 백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주목할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댄 바로우치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DNA 백신 접종 실험 결과를 게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다 자란 붉은털 원숭이 35마리를 실험군으로 택했다. 25마리에게는 DNA 백신 후보물질을 주사했고, 10마리에는 가짜약을 주사했다. 그 결과 25마리 전부 체내에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연구진은 3주 후 35마리를 다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25마리 중 8마리는 아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백신 접종 원숭이의 바이러스 검출량도 매우 적었다.

연구진은 나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나은 원숭이도 중화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된 원숭이도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백신 관련 실험에서 긍정 결과가 나오면서 연말께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련주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따른다. 실험만 놓고 보더라도 몇 가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더나가 나머지 37명의 중화항체 형성 여부, 중화항체가 생성된 8명의 나이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1단계 임상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모더나가 피실험자 전원에게 형성됐다고 밝힌 '결합항체'로는 코로나19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합항체는 특정 감염원에 감염되면 형성되는 항체로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결합항체만으로 코로나19 체내 증식을 완벽히 차단할지는 미지수다. 결합항체가 과거 체내에 유입된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면역 반응을 일으키긴 하지만 중화항체처럼 완전 무력화할지 여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원숭이 실험 또한 인간과 코로나19 감염 기전이 크게 다를 수 있는 만큼 추가 연구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용어설명

백신:백신은 라틴어로 'vacca'이며, '소(cow)'란 의미를 가진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우두에서 백신물질을 추출하면서 사용됐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보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내에 주입하는 물질로 주로 원인 병원체의 독성을 없애는 등 약화시켜 체내에 주입한다. 이후 질병에 저항하는 후천 면역이 생겨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접종하고 나면 그 병원체가 다시 체내에 침입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 체액성 면역 효과가 발생한다. 또 해당 병원체를 항원으로 기억하고 있으면서 병원체의 침입이 있을 때 식세포작용과 염증유발물질인 싸이토카인(Cytokine)을 방출해 병원체를 공격하는 T 림프구의 작용을 일으키는 세포성 면역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