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인류에게 처음으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임’을 일깨워 주었다. 가까움과 멂 사이, 이것은 인간이 타자를 대할 때 반드시 기억하고 지켜야 할 한계선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가득 품고 기술문명과 물질문명의 광활한 벌판을 질주하며 자연을 향한 진격을 계속했던 걸음을 멈추고, 자연과의 ‘생태적 거리두기’를 시작해야 한다.”
2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코로나19',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세우는가?’를 주제로 열린 특별강좌에서 기조발제한 강성영 한신대 신학과 교수의 말이다.
강교수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진행, 백신 및 치료제 상용 시점과 팬데믹(Pandemic)이후의 변화가 불러올 위기 등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충격적인 범위와 속도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복되는 세계적인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발생은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변화에 대해 어느 누구도 확실한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과 함께 미시적 변화를 넘어 문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견케 한다고 강교수는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하면서 인류는 당혹감 속에 지나온 문명의 길을 돌아보고,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세기 전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는 문화 몰락의 위기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이후 새로운 자각, 즉 “생명에의 외경”에 입각하여 재건하려는 노력을 하며 ‘윤리적 신비주의’의 길을 모색했다. 이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 한없이 확장되는 책임이며 보편화 된 사랑의 윤리다. 슈바이처를 다시 소환하며 인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진리를 깨닫고, 인간 이외의 동식물과 환경과 관계 맺기를 통해 구현되는 생명에의 ‘가까움’을 추구하며 문명의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교수는 촉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비대면 소통’과 '언택트‘(un+contact, 비접촉)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비대면의 불편함은 예상이 되지만,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공간적 심리적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온라인 소통이 더 활발해져, 비대면 산업은 교육과 의료, 상담, 외식 등 모든 분야의 소비에서 급격하게 확대되고 교회라는 종교활동에도 온라인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교수는 설명했다.
“예배를 갱신하고 목회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를 다시 현장 예배로 전환하기 위해서, 예배의 거룩성과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신학과 목회가 집중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한 디지털 문명과 비대면 문화생활 양식의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기(Device)를 통한 비대면 생활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잉연결과 과잉소통이 개인 삶의 자유를 빼앗고 타자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상실하게 하지 않도록 디지털 금식과 인터넷 안식 실천을 통해 영적생활의 내적 집중과 평화를 지켜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이와 같이 디지털 금식과 인터넷 안식 실천을 강조한 강교수는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의 원인이 사회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생태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선출직 공직자와 공무원, 그리고 보건, 의료,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함께 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하고, 시민사회와 인문 사회과학의 전문가들도 새로운 경제적 · 사회 생태적 의제를 발굴하여 종합적인 후속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제기되는 혁신적 의제들에 대한 지구 시민사회의 심층적 토론을 통해 지구경제와 지구윤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인류사회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이전의 대유행했던 감염병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경제적 파동을 일으킬 것이 예상되므로, 인류는 지구촌 생태계의 공동거주자들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여태까지 그 연결을 얼마나 잘못 이용하고 파괴해 왔는지를 깨닫고, 올바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ing)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정부에게 혁신적 정책의제 수립과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서비스 확대,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팬데믹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초래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 집단 면역’, 개인정보보호와 공공의 안전 간의 균형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의 많은 의제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이날 특별강좌는 '코로나19'이후의 삶의 변화와 사회공동체로서 교회의 역할 등을 모색하기 위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장 김주한)이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 협의회와 영성수련원 후원을 받았다.
기독교 관련 단체와 관심 있는 시민들이 행사에 참석했으며, 참석자 전원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에 맞는 체온측정, 손소독, 마스크 착용, 떨어져 앉기 등 개인 및 모임 방역 지침에 따랐다.
강교수 기조발제에 이어 정병길 목사(칠량교회/정신분석전문가) ‘세계영혼의 치유, 다시 생명의 대면 관계로’, 홍순원 목사(총회영성수련원) ‘신이 내린 인류의 마지막 생존 시험’, 명승인 목사(태국파송 선교동역자, 전 군산갈보리교회 담임목사) ‘포스트 코로나19와 현장 교회의 대응-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순으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전자신문인터넷 구교현 기자 ky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