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세균, 바이러스를 연구해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에코조인 안성 본사에서 만난 고명완 대표는 최근 출시한 고성능 항균 필름 '블루터치 항균필름'을 보여 주며 뛰어난 항균 기술력을 자랑했다.
전자 재료를 만들던 고 대표가 항균 사업을 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가 있다.
2001년에 에코조인을 창업한 고 대표는 전자회로용 실버 페이스트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제조 분야에서 포토 에칭 방식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사용처를 찾아야 했다.
은을 어디에다 쓸지 궁리하던 고 대표 눈에 들어온 게 곰팡이였다. 당시 사업차 중국과 일본을 자주 다녀온 그는 곰팡이의 심각성을 목격하고 신사업을 구상했다.
마침 일본에서 항곰팡이 용도로 은나노 기술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은을 활용한 항균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문제는 고 대표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무지했다는 사실이다.
고 대표는 1980년대 초 국비유학생으로 일본 도쿄대에서 기계학과 금속학을 전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직 시절에도 세균과는 거리가 먼 접합 기술을 연구했다.
고 대표는 독한 마음을 먹고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부했다.
항균 사업 초기 2년 동안 집에 가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지금도 경기도 안성 본사에 딸린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말에만 집에 다녀오고 있다.
고 대표는 “논문 200~300편은 족히 봤고, 특허도 1000개 이상 공부했다”면서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습득했다”며 웃어 보였다.
그 결과 에코조인은 은, 동 등을 활용한 항균 원료 개발에 성공했다. 나아가 항균 페인트, 항균 필름, 항균 소독제 등 완제품까지 개발했다. 항균 원료는 미세할수록 항균 효과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에코조인은 나노미터 단위의 원료를 확보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 손길이 닿는 변기, 손잡이,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목재, 벽지 등 활용처가 무궁무진해졌다.
고 대표는 국내 항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변변한 항균산업협회도 없어 업계를 대변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균 관련 국가 기준이 너무 느슨하거나 때로는 아예 없다면서 체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고 대표는 “전자 산업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일본, 미국 등에 뒤지지 않는 항균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