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이 각각 고리·한울 원전 관련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지역실행기구 구성 공문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역실행기구 공론화가 시작된 월성 원전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확충을 위한 지역 공론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공론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26일 정부와 재검토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은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하겠다고 재검토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해 정부와 재검토위원회가 지역실행기구 구성을 요청한 것에 따라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했다. 이후 지자체가 재검토위원회와 협약을 맺으면 지역실행기구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지역실행기구는 월성 원전에 이어 고리와 한울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관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관한 주민 수용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고리와 한울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각각 2031년 2월, 2030년 7월 포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와 재검토위원회는 고리와 한울본부에 위치한 원전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만든 경험이 없는 '경수로'형임을 감안, 일찍 지역실행기구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만든 경험이 있는 '중수로'형인 월성 원전보다 기술·안전성 평가, 규제 체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수로형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국내에서 설치한 경험이 없다”면서 “기술과 규제 관련 부분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중수로형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보다 만드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민 수용성을 확대하고 갈등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발 빠른 공론화에 나섰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해 난항이 예상된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이달 부산 기장군에 지역실행기구 구성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영구중단된 고리1호기의 원활한 해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필요하지만 주민 의견 수용 과정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월성 원전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을 둘러싸고 경주와 울산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3일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가 울산 중구 학성동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회의장에 난입해 시민참여단 의견수렴을 방해했다. 오리엔테이션은 맥스터 추가건설을 둘러싼 지역 의견수렴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중장기 정책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과정이었다.
정부와 재검토위원회는 한빛본부가 위치한 전남 영광군 한빛본부, 새울본부가 있는 울산 울주군에서도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내년 만들어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주민 수용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 등 대응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5개 본부가 위치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실행기구를 모두 구성할 전망”이라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기장·울진군 지역실행기구 구성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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