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제품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너무 어려워요. 중국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제품을 대거 들여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전 분야 전문 기업이 사라졌다. 과거 중소 가전 업계에선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으로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많았다. 침구 청소기 기업으로 레이캅이 수출 신화를 썼고, 스팀다리미로 한경희 생활과학이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최근엔 모두가 종합 가전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특정 제품을 전문으로 밀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착즙기만을 만들던 업체는 죽 마스터, 차 제조기로 팔을 뻗었다. 식품 건조기로 사세를 키우던 모 중소기업은 서큘레이터부터 소형 안마기, 에어프라이기까지 제품군을 빠르게 늘렸다. 밥솥 전문 기업도 전기레인지, 정수기 등을 앞세우며 종합 가전사를 추구하고 있다.
단일 제품으로는 다양해진 소비자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침구 청소기가 처음 출시되고 유행했을 당시 기업은 성장했지만 일반 무선 청소기가 침구 청소기 기능까지 대체하며 시장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식품 건조기는 반짝 유행한 뒤 소비자 가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소비자 유행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기업들도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 전문 기업으로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OEM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들여와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며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전문기업'이 사라지고 난 빈자리를 수많은 중국산 OEM 제품이 넘쳐난다.
기업의 집중력이 분산되면 제품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에 대한 매력도 떨어진다. '장인정신'이라는 거창함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치열한 연구개발(R&D)과 고민이 필요하다. 시장 트렌드가 변화해도 제품력이 뛰어나고 소비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시장을 지켜 갈 수 있다.
최근 업계는 '종합가전사'가 만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치열한 제품에 대한 고민과 연구로 시장을 강하게 파고들 수 있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