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1년 6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만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준비 중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협조를 야당에 요청했다. 다만 야당은 추경 검토에 앞서 효과와 재원 조달 방안 제시를 요구하고, 규제완화와 고용유연성 확보 등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과 일자리 문제 대응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과 경내산책을 포함해 약 156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먼저 21대 국회의 상생 협치를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도 (협치)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이 주요 현안으로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 정상 개원과 함께 3차 추경안 심사에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3차 추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효과와 재원대책의 상세한 제시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나아가 규제완화, 고용유연성 등 친기업 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이에 협조하겠다고 답했으나 추후 이행 정도에 따라 여당·정부와 야당 간 마찰이 예상된다.
'정무장관' 신설 논의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가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하자 배석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만남은 문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자리를 함께한 것은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처음이다. 여야정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같은 해 8월 구성에 합의한 기구로, 분기당 1회 개최가 목표였지만 첫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동은 21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간 극한 대치로 국정 난맥을 겪은 만큼 21대 국회에선 초반부터 협치 분위기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21대 국회 여야정 수뇌의 첫 만남이 정기 만남으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주 원내대표 체제가 갖춰진 후 쇄신 노력을 기울이며 과거 정부여당 저격수 역할보다 소통 확대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20대 국회 마지막 원포인트 본회의 합의,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참석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다만 21대 국회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 독식을 언급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날 만남에서도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가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맞받아쳐 민주당 상임위 독식을 의식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