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가 방문객 감소로 반사이익을 봤던 e커머스 업계가 직격판을 맞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48시간 내 사멸하기 때문에 배송물품을 통한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물류센터 운영 중단 및 신뢰도 저하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다수 노동자가 밀집해 근무하는 물류센터 특성 상 예견된 재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언택트 소비' 증가로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불특정 다수의 일일 노동자 투입이 늘어났지만 방역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사태 발생 후 물류센터 점검 결과 상당수 현장에서 맞춤형 방역지침이 제시되지 않거나 전담 방역관리자를 지정〃 운영하는데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나온 확진자는 1일 기준 총 112명으로 집계됐다.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0명 돌파에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반면 마켓컬리는 24일 확진자 1명 발생 이후 검진대상자 320명 중 310명이 100%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10명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마트를 포함 다른 온라인몰 물류센터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 비중이 높은 물류센터일수록 감염 위험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쿠팡과 마켓컬리, 이마트는 각기 다른 상품과 매출구조 및 사업환경에 따라 다른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마트는 근무자 집합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품목수(SKU)가 많아 자동화가 힘든 물류센터일수록 단위 면적 당 인구 밀집도가 높아 감염 대응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쿠팡·마켓컬리는 동일 규모당 이마트 대비 3~4배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쿠팡은 품목수(SKU)가 500만개에 달하며 하루 300만개 이상 상품을 출고한다. SKU가 많고 크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물류시스템 규격화가 어렵다. 입고〃 분류〃 집품〃 포장에 상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쿠팡의 집품 방식인 '랜덤 스토우' 방식 역시 사람이 돌아다니며 상품을 집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는 약 1600명이 근무하며 일용직 아르바이트 비중이 매우 높다.
마켓컬리는 SKU 1만개, 하루 평균 연간 포장 단위 출고량은 6만3000개 수준으로 집계된다. SKU가 식품에 집중돼 있고 패키지 크기가 비교적 일정한 편이다. 다만 마켓컬리 역시 자동화 시스템 대신 인력을 활용하는 구조인데, 이는 마켓컬리 주요 사업인 '새벽배송' 때문이다. 주문 마감시간인 오후 11시에 많은 주문이 몰리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일정한 자동화 시스템 대비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더 나은 효율을 낸다.
이마트몰은 김포 물류센터 기준 SKU 2만개, 식품 비중이 80%로 마켓컬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이마트몰은 작업자가 물건을 피킹하지 않고 자동화 장비가 작업자에게 상품을 가져다주는 방식을 쓴다. 320여대의 고속 셔틀과 16대 대형 크레인이 상품 재고를 관리한다.
물류센터 방역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다. 세계 최대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도 코로나19 감염으로 1000여건 이상 감염 사례가 발생했고 7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아마존은 코로나 확진자 정보에 대해서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방역 강화를 요구한 직원을 연이어 해고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영국 기반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는 인공지능(AI)와 로봇 기반 식품 배송 시스템을 갖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모범 물류센터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행할 수 있는 피킹 작업용 로봇팔을 테스트 중이다. 영국의 소형 유통업체들 역시 오카도 사례를 벤치마킹해 소비자로부터 가까운 위치에 소형 로봇 물류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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