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피엔스 시대]AI, 스스로 학습·판단·진화하는 '복합지능'으로 진화

인공지능(AI)이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일부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인간을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겼지만 이는 바둑에서 성과다. '단일 지능'의 한계다.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복합지능(Integrated Intelligence)' 개발이 새로운 AI 고도화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지능은 최근 들어 거론되기 시작한 분야다. 기술 정의나 필요 사항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를 구현한다'는 점은 확고하다. '강인공지능(Strong AI)으로도 거론된다.

ETRI가 개발 중인 자율성장 AI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상황에 맞는 옷을 추천받는 시연 모습
ETRI가 개발 중인 자율성장 AI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상황에 맞는 옷을 추천받는 시연 모습

가장 먼저 언급되는 특징은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멀티 모달)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점이다. 기존 AI는 각기 다른 센서로 얻은 정보를 개별 활용했지만 복합지능은 이들을 하나로 통합해 활용한다. 인간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기존 AI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차들이 부딪히는 광경, 굉음을 접한다면 인간은 이들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여 '자동차 추돌사고'로 인식한다. 반면에 현재 AI는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해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영상과 소리를 수치화해 같은 틀 속의 데이터로 꾸려야 하는데, 이 과정을 자동·신속화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또 다른 복합지능 특징은 스스로 학습·판단·진화하는 것이다. 다른 정보를 인식하면 이를 기존의 것과 통합하고, 향후 예측까지 고도화한다. 자동차 추돌사고 지점에 발화점이 있고 자동차 파손 정도가 크면 이를 인식해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 식이다. 이것도 인간에게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사고 과정이지만 AI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AI에 이들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최근 새로운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딥러닝 기술이 기반이 된다.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표현하는 데 능하다. 학습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방법론이 새롭게 도출되는 일도 있다.

복합지능이 구현된다면 기존 AI 역할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개별 AI가 여러 영역의 일을 수행하고, 인간과 소통·협력하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핵심 기술로도 여겨진다. 인간의 감각 활용이 제한되는 비대면(언택트) 상황에서 AI가 멀리 떨어진 상대나 환경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복합지능은 이미 새로운 도전과제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제인공지능학회(AAAI)는 최근 마련한 '2040 로드맵'은 앞으로 구현해야 할 세 가지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로 복합지능을 명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구현에 나서고 있다. ETRI는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인간 수준의 복합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음성인식, 언어지능, 시각지능 등 다양한 단일지능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한 복합기능 연구개발(R&D)에도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ETRI 복합지능연구실을 주축으로 시각지능연구실, 휴먼증강연구실, IDX원천기술연구실 등이 자율성장에 방점을 찍은 '자율성장형 복합AI' 연구를 시작했다. AI가 활용하는 지식 범주를 늘리는 것이 주된 목표다. AI가 알지 못하는 정보는 사용자에게 질문해 추가 학습을 거치고, 성능을 고도화하는 것이 연구 핵심이다.

송화전 ETRI 박사는 “복합지능은 AI가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분야로, ETRI 역시 연구에 힘쓰고 있다”면서 “복합지능이 구현되면 AI가 더욱 만족도 높은 임무 수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ETRI가 연구 중인 자율성장형 복합AI 최종 목표

[AI사피엔스 시대]AI, 스스로 학습·판단·진화하는 '복합지능'으로 진화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