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재난지원금 쇼크'…코로나보다 타격 컸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한산하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한산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 업계가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었다. 고객 수가 급감한데다, 객단가마저 줄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보다 더 큰 매출 하락폭을 겪었다. 올해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 주요 대형마트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5월 13일부터 31일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2.0%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매출이 10% 이상 하락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과 식자재마트, 농협 등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동일 상품군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재난지원금 지급 총액은 총 13조4282억원에 달한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지원금이 소비 진작을 이끌었지만 대형마트 입장에선 코로나보다 더 큰 재난으로 다가왔다.

대형마트 내부에서는 이번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코로나 확산 때보다 더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24.5% 급감했지만 매출 감소는 2.1%에 그쳤다. 매출이 10% 넘게 급감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4월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던 객수와 매출이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5월 중순 이후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면서 “앞으로 소진해야 하는 재난지원금 규모를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은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이마트에서 소고기·과일·채소 등 주력 품목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19%, 18%, 11% 감소했다. 할인 행사를 통해 가격을 대폭 낮췄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다소 비싸더라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으로 몰렸다.

소상공인 매장뿐 아니라 편의점까지 대형마트 잠재 수요를 빨아들였다. 같은 기간 CU에서 축산물 매출은 전월대비 58% 늘었다. 과일·채소 판매도 24% 증가했다. GS25에서도 소고기 매출이 194% 늘며 대형마트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재난지원금 효과로 GS25 카드 결제 비중은 지난해보다 12.1%포인트(p) 늘어난 86.1%까지 치솟았다.

일부 기대했던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에 따른 반사 효과도 매출 하락 만회에는 턱없는 수준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 주말 매출이 2주전 대비 4~6%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크게 줄었다.

이마트 성수점
이마트 성수점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던 2월이나 3월에도 고객 수는 줄었지만 객단가가 늘면서 매출 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는 고객은 물론 구매단가마저 크게 감소하면서 체감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매출 부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임대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20억원 규모에 할인쿠폰을 발급하기로 했다. 8만원 이상 구매하면 5000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으로, 어떻게든 고객 발길을 이끌어 매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라 막막한 심정”이라며 “다음번 사용처에서도 대형마트가 제외될 경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