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터리 교체 없이 전기차 30만km 달렸다...국내 첫 사례

한국지엠 '볼트' 운행…충·방전상태 확인 결과 3% 감소 그쳐
"안전마진 등 제어기술 수명 향상 도움"

우리나라 처음으로 누적 주행 거리 '30만㎞'를 넘긴 전기차가 나왔다. 제작사가 보증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길어야 10만㎞이지만 실제는 이보다 3배나 긴 수명을 유지한 것이다.

2013년 국내 전기차 판매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주행 거리 한계치를 경험한 사례가 없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라는 인식 개선과 함께 전기차에 대한 잔존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 창원 사는 송 모씨가 자신의 볼트 차량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 창원 사는 송 모씨가 자신의 볼트 차량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2일 전자신문 취재 결과 경남 창원에 사는 영업직 송 모씨의 전기차 누적 주행 거리가 30만20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지엠 '볼트(Bolt)' 차량으로, 지난 2017년 5월에 구매한 '디럭스' 트림이다. 한국지엠이 정한 볼트의 배터리 보증 기간이 3년, 6만㎞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5배 이상 운행한 셈이다.

송씨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배터리는 물론 브레이크 패드조차도 교환한 적이 없다. 송 씨가 부품 교체를 위해 수리를 맡긴 건 타이어 교체 세 차례가 전부다.

볼트는 LG화학의 리튬이온 중대형 파우치셀(용량 60.9kWh)을 장착했다. 환경부가 인증한 한 번 주행에 따른 운행 거리는 383㎞다. 그러나 송씨의 경우 실제 완전 충전 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80~490㎞'로 나왔고, 누적 거리 30만㎞를 달린 현재는 460~470㎞가 나온다고 밝혔다.

결국 30만㎞를 달린 시점에서 송씨의 전기차 배터리 건강상태(SOH)는 2~3% 줄어든 데 불과했다. 완속(7㎾급)을 비롯한 급속(50㎾) 충전에도 속도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송 모씨 차량 볼트의 계기판. 누적 주행거리가 30만206km로 표시돼 있다.
송 모씨 차량 볼트의 계기판. 누적 주행거리가 30만206km로 표시돼 있다.

송씨는 “지금까지 타이어를 세 차례 교환한 것 말고는 배터리나 브레이크 패드 등 부품을 교환하지 않았고, 한 번도 고장난 일이 없었다”면서 “30만㎞ 주행에도 주행 또는 충전 성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당분간 차량이나 배터리를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례가 배터리셀 자체 기술보다 배터리 제어기술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사용 시간에 따라 잔존용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차량 제작사의 배터리 안전 마진 등 제어기술이 (배터리) 수명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 사례는 전기차 주행 성능이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전부 쓰지 않고 충·방전 구간에서 최소 10%의 여유를 둔 제어기술이 배터리 수명 연장에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 마진을 대체로 10~30% 둔다.

안전 마진이 클수록 실제 운영 용량은 줄어들지만 충·방전, 급가속 등 배터리가 받는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에 맞게 열 충격 없이 상온에서 배터리를 안정감 있게 제어한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