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정부, 日 수출규제 1년 앞두고 문제 해결 총력전…WTO서 국제여론 환기

오래 끌수록 기업 불확실성 가중
日정부 미온적 협상 태도도 원인
국가안보 예외조치 등 핵심쟁점
韓日 공방에 국제사회 이목 집중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했던 3개 품목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 재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했던 3개 품목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 재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3대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것은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해소하려는 시도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1년을 앞두고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환기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그동안 기업과 정부의 다각적 노력으로 3대 품목 수출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소해야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작년 7월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극자외선(EUV) 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에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을 적극 시행, 국내 생태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불편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나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대화를 하고 있지만 문제를 매듭짓자는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일본의 대화에서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것도 WTO 제소 재개 카드를 들게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입장을 촉구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WTO 제소 재개가 1년 이상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WTO 체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일본 수출규제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WTO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한·일 양국이 패널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소 기구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현재 WTO 상소위원 7명 중 6명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지난 14일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사퇴했고, 미국이 강한 입김을 불어넣으며 WTO 상소기구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나 실장은 “WTO에 패널설치 후 원칙적으로 10~13개월 정도 소요된다”면서 “현재 회원국을 중심으로 상소기구 폐지 시에도 대안으로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제소 후 1년은 넘게 걸릴 것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위반 근거도 다시 조정해 WTO 제소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를 기존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전환했다.

나 실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포토레지스트 일부 완화한 것을 고려해 제소 사항 세부 내용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가 이번 사안을 WTO 상소기구까지 끌고 가기 전에는 WTO 체제 불안정으로 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WTO 상소기구까지 해당 사안이 넘어가면 국가안보 예외 조치 등 쟁점에 대해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패널협의 과정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은 국가가 상소기구에 제소하겠다고 하면 (현 WTO 체제가)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WTO 상소기구에서 일본 정부가 원용할 가능성이 높은 (GATT 21조) 국가안보 예외 조치 해석을 어떻게 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가안보 예외조치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 관심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WTO 협정상 분쟁해결절차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WTO 협정상 분쟁해결절차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