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탈세계화, 디지털사회 전환, 비대면(언택트) 산업 발달 등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예전과 다를 것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의 타격은 심각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중소 제조기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원격근무와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하지만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진출 확대와 수출 다변화 등 그동안 추진해 온 혁신 전략도 국경 폐쇄와 이동제한 조치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수출 중소제조기업 대표는 “해외 바이어와의 접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광통신 부품기업 임원은 “국내외 대형 통신망 구축 사업이 줄줄이 연기돼 올해 매출이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면서 “어렵게 버텨온 동종 업체의 줄도산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아자동차가 이달까지 네 번째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광주 지역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자금력이 열악한 협력업체는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중소 제조기업은 인건비나 임대료, 대출 이자 등 고정 비용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지만 신용등급 문제로 거절 당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담보 등 까다로운 지급 요건 때문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중심이 많다. 오는 2025년까지 5년 동안 76조원을 쏟아붓는 한국판 뉴딜에도 중소 제조기업만을 위한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조기업은 유동성 지원과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및 감면, 공공구매 확대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경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스마트화된 환경 구축 지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 속에서 실핏줄과 같은 중소 제조기업을 잃지 않도록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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