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형 병원 네트워크 프리벤트 시니어 병원은 코로나19 의심 환자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검사 결과까지 통상 6∼24시간 소요된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바이러스 추가 전파 가능성이 커지고 치료 공백도 길어진다. 병원은 한국 기업 루닛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루닛 인사이트 CXR(주요 폐 비정상 소견 진단 보조 AI SW)'을 도입, 검사 결과 대기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시켰다. AI SW가 환자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 여부를 의사에 전달, 빠른 진단과 처방을 도왔다. SW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코로나19 대응에 활용 중이다.
의료 AI 기술은 이미 현장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신약 대상 신물질 발굴부터 환자 맞춤형 치료까지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은 2025년까지 AI시스템이 헬스케어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전망했다. AI 기술로 의료서비스 성과가 30∼40% 향상되면서 치료 비용이 50%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분야는 신약 개발 영역이다. AI는 방대한 양의 논문자료, 실험 결과 등을 분석해 신약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한다. 의약품 부작용 사례 등을 학습해 문제 발생 전 약물 부작용을 예측, 신약 출시 전 위험도를 낮춘다. 이미 국내외 제약사는 AI 기술을 도입해 신약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올해 글로벌 바이오산업을 전망하면서 'AI를 활용한 암·희귀 질환에 대한 신약개발 혁신 촉진 가속화'를 주요 움직임으로 꼽았다.
의사 진단·치료를 지원하는 보조의료기기로서 AI 역할도 커진다. 서울 은평구 보건소는 지난해 폐 질환 관련 판독 지원 AI 엔진을 도입했다. 외부 기관에 의뢰해 엑스레이를 판독하면 결과를 받기까지 하루 이상 소요된다. 폐 질환 엑스레이를 학습한 AI를 도입, 20초 만에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AI 판독 결과 정확도는 94%다. 의사는 AI 판독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신속하게 치료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3년간 357억원을 투입해 진단보조 AI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다양한 의료데이터(진단정보, 의료영상, 유전체정보, 생활패턴 등)를 연계·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춰 질병 예측·진단·치료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유방암, 대장암 등 주요 암과 심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뇌전증, 치매, 소아희귀유전질환 등 주요 질환 관련 AI SW를 개발한다.
의료 AI 기술 관건은 양질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생활 데이터와 진단·치료과정에서 발생된 의료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IDC는 2029년까지 2015년 대비 약 15배 이상 의료데이터가 쌓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의료빅데이터를 토대로 유전자 분석과 질병예측 등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그러나 의료데이터는 △데이터 다양성(이기종 시스템에서 생성, 다양한 포맷 구성 등) △복잡성 △규제(개인정보보호) 등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의료 AI 분야에 앞선 미국은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100만명 이상 대규모 코호트(질병 데이터)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빅데이터 구축에 나섰다. 최근 데이터3법 통과로 의료 데이터 활용 기대감도 높아졌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의료데이터는 병원 자산으로 귀속됐고 개인정보보호 등 이유로 활용이 어렵다”면서 “의료 빅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개인의료정보 정의나 활용 범위 설정 등 기준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