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영원히 변치 않는 질량 기준' 국내기술로 구현...국제비교 참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현민)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로 질량단위인 킬로그램(㎏)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키블저울은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다. 국제비교는 각 나라의 측정값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번 국제비교 참가 선제조건은 불확도 200마이크로그램(㎍) 이하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표준연은 120㎍ 이하를 달성했다.

질량 단위 ㎏은 그동안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로 정의해 왔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불변 상수인 '플랑크 상수(h)' 값을 이용해 물체 질량을 구현하는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0㎍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표준연의 키블저울과 플랑크상수질량팀. 사진 왼쪽부터 서민기 선임연구원, 이광철·김동민 책임연구원, 김명현 선임연구원.
표준연의 키블저울과 플랑크상수질량팀. 사진 왼쪽부터 서민기 선임연구원, 이광철·김동민 책임연구원, 김명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2016년부터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 균일도 향상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지금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었다.

현재 키블저울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 불확도는 미국과 캐나다만 이룬 약 10㎍ 수준이다. 그러나 두 나라 사이 결과가 불일치 해 향후 10여 년간 5번 정도 추가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향후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