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첫 배터리 전기차(BEV) 'e-트론'이 다음 달 국내 출시된다. 아우디는 국내 판매 가격을 1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미국·유럽 인증 선례에 따라 300㎞ 중반대가 유력하다. 여기에 국가 보조금 자격 평가에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가 차량에다 유독 국내 고객에겐 가장 민감한 '주행거리 400㎞' 미만이 유력해지면서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벤츠 'EQC' 사례가 재현될 수도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가 다음 달 'e-트론 55 콰트로'를 국내 출시한다. 판매가격은 1억~1억1000만원 수준으로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벤츠 'EQC'에 이어 1억원 대 전기차 대열에 합류한다.
e-트론은 올해 초 환경부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통과한데 이어 국토부 인증 등 국내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만 우리 정부로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 위한 환경공단의 '보조금 지급 자격 평가'를 남겨놓고 있다. 다만 e-트론은 차체가 무거워 여름·겨울철 주행전비 기준에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까지 정부 보조금 지원 없이 판매하는 국내 차종은 테슬라 모델X, 벤츠 EQC 2종이다. 또 e-트론의 한국 배정 물량은 연말까지 최소 500대 수준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e-트론이 이르면 7월 중에 출시할 계획에 있다”면서 “판매 가격 등 구체적 사안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e-트론이 한국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는 벤츠 전기차 'EQC' 절차를 그대로 밟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EQC와 e-트론은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 △국내 인증 주행거리 400㎞ 미만 △국가 보조금 자격 미지수 등의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 국산 배터리(용량 95㎾h)를 장착한 e-트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받은 인증 주행거리는 각각 328km(EPA 기준), 436km(WLTP 기준)다. EQC(배터리 용량 80㎾h)의 경우 미국·유럽에서 각각 354km, 417km를 받았지만 국내 인증거리는 309km에 불과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평가 항목 등이 달라 유럽 기준(WLTP)보다 20% 이상 적게 나오고, 미국 기준(EPA)과 비교하면 다소 낮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e트론의 국내 주행거리는 EQC보다 배터리 용량이 15㎾h 더 많지만 차량 크기나 중량 등을 고려하면 잘해야 300㎞ 중후반이 유력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가 벤츠 EQC 사례를 보고도 가격을 1억원대로 정한 건 1년 전부터 가격 등을 확정짓는 독일 본사 방침 때문일 것”이라며 “유독 국내 고객들이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로 여기는 주행거리 300㎞대는 가장 큰 단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EQC는 지난해 말 국내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약 50여가 판매됐다. 국내 배정물량 300대를 확보한 벤츠는 최근 쏘카와 차량 공유 서비스 계약을 맺고 200대 차량을 공급한 바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