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보존제 속 프로피온산(PPA)이 과도하면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폐증 유도기전을 밝힌 것으로 향후 관련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은 문지영 신경회로연구그룹 책임연구원(박사)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의한 자폐증 유도기전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장은 '제2의 뇌'라고도 불린다. 장에서 흡수되는 물질이 혈관을 타고 몸 반대편에 있는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장-뇌 연결축 개념이 각광받으며 최근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자폐아들이 종종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위장문제를 겪는다는 점에 주목해 자폐가 장내 미생물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지만 정확한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프로피온산(PPA)을 투여한 쥐가 자폐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PPA는 가공식품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이다.
연구팀은 쥐의 배양 뉴런세포에 PPA를 투여하고 해마 신경세포 형태와 단백질 발현량을 관찰한 결과 자가포식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상세포 돌기의 개수가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소기관을 스스로 분해하는 자정작용인데, PPA를 투여하면 자가포식체가 리소좀과 결합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폐물이 축적되고,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수상돌기 가시가 줄어들면서 아동기에 필수적인 뇌 발달이 더뎌진다.
연구팀은 PPA를 투여한 세포에서 세포 외 신호조절 키나아제(ERK)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다. ERK를 저해하는 효소를 넣었더니 줄어든 수상돌기 가시 개수가 다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문지영 책임연구원은 “장내 미생물이 뇌에 미치는 여러가지 영향 중 하나를 밝혀낸 것”이라며, “PPA가 뇌질환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연구한다면 향후 관련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한국연구재단 과제 도움으로 수행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