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최근 사내 소통 채널 강화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실적 악화로 구성원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면서, 내부 결속을 위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해 코로나19로 급변한 유통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비해 나가자는 메시지도 담겼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사내 인트라넷에 'WE CAN DO BETTER(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을 새롭게 열었다. 내부 직원 사기 진작 캠페인 일환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사례와 노하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5.3%나 급감했다. 예상을 웃돈 실적 악화에 내부에서 받은 충격도 적잖았다. 회사 관계자는 “입사 후 처음 겪어 본 어닝쇼크”라며 “점포들도 연쇄 휴점하며 사내 분위기가 크게 침체됐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사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 창구 강화를 택했다. 해당 게시판에는 동료 간 응원 메시지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수립한 매뉴얼 공유와 위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사례 등도 자유롭게 올라왔다. 게시글 중 우수 사례를 선정해 분기별 포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11일 사내망에 익명 게시판을 새롭게 열었다. 임직원 간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한 공간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사내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직접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만에 130개가 넘는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게시글마다 수십 개 댓글이 달리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순기능 효과도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하절기 복장 규정에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돼 교외형 아울렛의 경우 재킷을 착용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지침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사내망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형태에 '블라섬 시드' 채널을 새롭게 열었다. 국내외 유통 이슈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꾸려 다양한 콘텐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의 선진 매장을 다녀온 직원들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MD 구성을 공유하는 등 회사 발전에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서로가 함께 응원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사례를 빠르게 공유해 용기를 북돋우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