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강업계 대상으로 재무 상태를 긴급 진단한 결과 양호한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동성 위기를 토로하던 철강업계는 유동성 확보 목적인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부는 향후 발생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유동성을 평가한 결과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유동성 문제가 시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현재 철강업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포항·광양제철소 하공정과 당진 전기로 등의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 등으로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크게 위축, 철강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현재까지 재무 여력이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6일과 29일 회사채 2700억원 만기가 도래했지만 정상 상환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채를 못 갚을 정도로 유동성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에도 미온적이다. 이보다 앞서 철강업계는 지난달 1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만나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철강 산업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유동성 지원 확대와 적극 투자, 대응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40조원 규모로 꾸려진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금지 △고액 연봉자 보수 동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기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 요건만 맞으면 운용심의위가 이를 평가해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철강사 가운데 아직까지 지원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향후 철강업계 위기가 가중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응책을 적시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비축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시장에 풀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가격을 낮춰 달라는 철강업계의 요구를 듣고 이를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거래시장이 안정화돼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이 정부는 철강업계의 요구 사항을 일일이 살피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특정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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