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스마트 R&D 평가체계로 中企 혁신 지원"

[데스크가만났습니다]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스마트 R&D 평가체계로 中企 혁신 지원"

“중소기업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도 이제는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게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과 R&D를 통한 혁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는 역할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하겠습니다.”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은 지난 2월 취임했다. 지난 2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이후 100일간 이 원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기존 R&D 평가체계의 대대적 개편이다. 기존 R&D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빅데이터와 AI 등을 적용한 데이터 기반 '스마트 R&D 평가체계'를 도입한다.

이 원장은 임기 3년간 핵심 과제로 스마트 R&D 평가체계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비롯한 스마트공장 고도화, 국내 제조업체의 리쇼어링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기정원은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R&D 생태계 조성을 담당할 프로젝트매니저(PM) 그룹을 신설하고,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R&D 평가체계 도입을 위한 전담 부서도 만들었다. 핵심 과제 추진을 위한 준비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이 원장은 “중소기업 R&D 지원의 선두에서 중소기업의 혁신성장과 스마트공장의 보급·확산 및 고도화를 지원해 디지털 경제 전환과 스마트 대한민국 구현이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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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기정원장에 취임한지 100일 정도 됐는데, 소회는.

▲공무원 경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거쳤다. 특히 기술혁신,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했던 것 같다. 기정원을 이전과는 차별화할 수 있으면서도 세상의 트렌드와 변화에 맞춰 중소기업이 경쟁력 가질 수 있는 혁신 분야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정원이 2002년 중소기업경영정보원으로 개원한 이래 20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팽창을 많이 했다. 예산도 올해 약 1조6500억원을 집행하며 규모로는 R&D 전문기관 중 4번째에 위치하는 등 압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몸집은 많이 커졌지만 아직 부족하다. 기정원을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기관장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예산이 계속 늘고 있다. 기정원 위상도 커지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중소기업 R&D 중요성은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위주 성장은 이제 한계가 왔다. 혁신 벤처·스타트업 포함한 중소기업의 역할이 우리 경제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와 공공기관 역할이다.

R&D도 과거와는 다르게 생태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과거 개별 기업 단위로 R&D를 지원 했다면 이제는 전체적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혁신 주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출해 내는 것이 역시 첫 번째 과제다. 두 번째 과제는 기존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정부가 하던 정책이 많다. 하지만 분절됐거나 산재되어 있는 정책이 많아서 연결하고 부족하고 그런 부분을 메꾸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생태계 측면에서 채워줘야 하는 것이 바로 인프라다. 개별 지원에서 생태계 중심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인프라 조성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사회 변화 예측과 스타트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겠다. 제조기업의 리쇼어링을 위한 스마트공장 및 R&D 지원 방안도 같이 모색할 계획이다.

-최우선으로 생태계와 인프라 조성을 강조했다. R&D 체계 개편과 연결되는 구상으로 보인다.

▲변화가 빠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더욱 빠르게 변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무척 중요해졌다. 위기이자 기회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위기보다는 기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비대면 경제 시대에 중소벤처기업이 제대로 혁신할 수 있는 R&D를 지원하자는 목표로 지원 체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런 생각은 있었지만 개선이 어려웠다. 10~20년전 평가 체계를 그대로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발전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이제는 AI나 빅데이터가 상용화돼 쓰이고 있는 시대다. 새로운 기술을 중소기업 R&D에도 접목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는 기술력이 부족하진 않다. 어떻게 체계를 만드느냐가 숙제다.

차세대 스마트 R&D 평가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R&D 체계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평가 위원에 대한 문제였다. 평가 위원이 굉장히 많은 기술을 평가하는데 그걸 전부 알고 있는 평가 전문가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성과 수월성, 신뢰성 등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데이터 기반으로 R&D를 평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취임 이후 3개월간 의논해가면서 기초를 닦았다. 단순한 정보시스템 도입이 아니라 중소기업 R&D 사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새로운 개념의 평가방식,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지능형 평가모델, 빅데이터 기반 포트폴리오, 스케줄러 기반 협업관리 등 7가지의 연계된 핵심 기능을 설계했다. 차세대 평가체계는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제시한 과제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장과 기술에 대해 업데이트해 판단과 예측이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 평가 지표와 평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 R&D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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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이 화두다. 스마트공장 관련 고도화 업무 등도 기정원이 실무를 맡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비판적 시각에서 보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공장 도입이 너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스마트공장이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부분이다.

스마트공장 수준이 단번에 5단계로 가는 것이 아니다. 레벨1을 거쳐 2~4를 지나 레벨5가 되는 것이다. 레벨5까지 완성하는 데 5~6년이 걸린다.

정부에서는 스마트공장의 확산과 고도화라는 두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12660개가 보급됐다. 양적 확산이 하나의 목표다. 2022년까지 3만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하나는 고도화 정책이다. 3만개의 스마트공장 가운데 25%를 수준 3단계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질적 성장을 돕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레벨1~2단계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레벨1~2가 있어야지만 레벨3도 레벨4도 갈 수 있다.

10억원 매출하던 기업이 갑자기 1000억원까지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계도 거쳐야 한다. 스마트공장 기업 가운데 소기업도 있고 수백억짜리도 있다. 저는 특히 소기업이나 매출 10억원 안팎의 기업에서 스마트공장을 통한 제조혁신을 이룰 때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여긴다. 식품공장과 같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서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기업이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선도형 스마트공장도 하루 빨리 늘어나야 한다. 대표 사례가 포스코의 스마트공장이다. 1호 등대공장으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뽑혔다. 등대처럼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등대공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다른 중소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공장의 기준을 만들고 싶다.

스마트공장 역시 생태계가 필요하다. 공급사슬가치가 연결되는 생태계적 측면에서 스마트공장을 한꺼번에 함께 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화 역시 레벨을 하나씩 올리는 것과 동시에 등대공장도 만들고 기업 단위의 공급사슬을 묶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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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소기업에게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나.

▲코로나19는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켰다고 본다. 비대면 전환은 더욱 빨라져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게 돼 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소상공인이 가장 충격이 빠르다.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는 자신이 했던 일을 뺏기고 누군가는 더욱 돈을 잘 벌게 될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일자리도 탄생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정부는 일자리를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서로 경계를 허문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고 변화해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시대라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경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출현할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경제의 특징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AI, 빅데이터, 스마트 서비스 관련 분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차세대 R&D 평가체계 마련도 코로나19 이후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으로 해석된다.

▲이전에는 나눠주기 방식으로 R&D를 실시했다. 물론 나눠주기 방식도 필요하다. 많이 뿌리면 잘하는 기업도 있고 못하는 기업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별 기업 중심으로 가는 것은 문제라고 본거다.

창업단계에 필요한 R&D와 성장 단계에 필요한 지원이 따로 있다. 성장 단계에 따라 다양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과제를 모아보면 다들 성공 가능성 큰 과제를 들고 왔다. 중소기업이라면 도전적인 과제를 해야 하는데 정작 도전적인 과제를 하다 실패하면 R&D 지원에 페널티를 줬다.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대표 사례다. 일본과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는 R&D로 만들어 봐야 수요기업이 사주질 않았다. 제품 신뢰성이 중요하니까. 조금이라도 문제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수입했다.

산업부에서 소재부품 관련 사무관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지만 10년을 계속하니 믿을만해졌다. 국산화되는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부·장 관련 강소기업100, 스타트업100과 같은 사업을 R&D와 연계해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우리가 급소인 부분을 특화해 지원하고, 미래에 준비할 수 있는 기술도 확인하고 그러는 것이 필요했다.

스마트 R&D 평가체계도 거기에 맞춰 움직일 예정이다. 평가위원의 주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빅데이터와 AI로 추려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사업화, 기술수준, 기업역량 수준 3가지를 데이터화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취임 기간 장기과제로 스마트 R&D 평가체계를 3년간 고도화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 다른 R&D 기관과도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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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분야 리쇼어링 화두다. 스마트 제조혁신과 연계한 아이디어가 있나.

▲주요 선진국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위한, 민관합동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유턴 지원확대 방안 발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기정원에서는 특히 유턴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공장 우선지원 및 지원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로봇 보급사업과도 연계 지원해 설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노동 집약적인 공정을 기술 집약적인 공정으로 스마트화해 유턴을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전기전자, 기계금속, 자동차 등 주력산업 중심의 제조 공정을 대상으로 유턴아이템을 발굴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 산학연 전문가의 의견수렴과 검토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리쇼어링을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 대 기업 차원으로 어려움을 접근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기정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한말씀 달라. 원장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그간 기정원이 공급자 시각에서 R&D를 지원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직원에게 많이 이야기 한다. 우리가 중소기업 연구자라고 생각하고 기정원의 과제와 절차, 방식을 들여다보면 불편하고 불친절했던 점이 많았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연구원은 출연연이나 대학처럼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력이 없다. 앞으로는 더욱 친절하게 컨설팅하듯 직원들이 중소기업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과제와 프로젝트를 밀착 관리하자는 것이 첫 번째 철학이다.

두 번째는 중기부의 비전인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스마트 대한민국'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트랙에 빠르게 올라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전략을 갖춰 중소기업을 돕겠다.

세 번째는 기정원이 아직까지 모두가 R&D 평가기관이라고 여긴다. 이제는 단순히 선정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산업부에는 관리원 따로 진흥원 따로 평가원이 따로 있다. 3개 기관이 종합적으로 모두 함께 모여 전체 혁신 정책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기정원도 그런 역할을 차차 갖춰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평가관리만 할 수 없다. R&D 기획 기능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의성과 전문성이 강한 기관이 되자고 늘 이야기 한다. 창의적인 마인드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스마트 R&D 평가체계로 中企 혁신 지원"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은...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 27회로 공직 입문했다. 산업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산업혁신과장,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과장, 원자력산업과장, 산업기술정책과장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정보센터장을 지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이후 벤처혁신정책관으로 합류해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과 소상공인정책실장 등을 맡았다.

실리콘밸리 파견 시절 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기회'라는 책은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돼 전국 고등학교에 보급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정통 기술 관료로 꼽힌다. 그는 지난 2월 제7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정리=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