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겨냥 '한걸음 모델'..."신산업에 양보 종용" 지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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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한걸음 모델'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가 크다. 토론·상생협력기금조성 등에서 기득권 시각으로 플랫폼에 양보를 종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한걸음 모델은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플랫폼과 기존 숙박업체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다.

정부는 기존 사업자 반발로 도입이 막힌 신사업 분야에서 이해관계자가 모인 대화채널을 만들고 정부가 중재에 나서 신(新)·구(舊) 사업자 간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안으로 당사자 간 합의로 신사업 도입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용적 상생 안을 마련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따라서 이달부터 한걸음 모델을 통한 상생기구를 조성하고 공유숙박 과제에 대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과 토론을 실시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상생 안에 기존 업계 견해와 정책을 우선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향후 의견수렴과정에서 정부는 △공유숙박 관련 안전·의무 사항 △사업 조정 수준 등에 대한 기존 숙박업계 요구에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숙박과 전통 숙박업계간 주요 논의사안 중 하나는 '내국인의 숙박 허용 기간'이다. 앞서 정부는 공유숙박 운영을 1년에 180일로 제한해 허용하는 안을 추진해 왔다.

사실상 운영 기간에 따라 공유숙박 성패가 달린 상황인 만큼 양측의 논리를 수렴할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존업계 시각에서 상생안을 모색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회적대타협을 통한 갈등조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스타트업 산업계를 향한 시장진입과 규제 벽은 여전히 높다.

사실상 한걸음모델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타다와 기존 택시 사업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타다가 4월 사업을 접으면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한걸음모델의 사회적 타협 단계에서 구상할 수 있는 상생협력기금의 경우, 출연금을 두고 신·구 산업간 부담을 조율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한쪽에 부담을 지어서는 협상이 파행으로 치 닫아 과거 전철을 반복하기 쉽다.

무엇보다 한걸음 모델 프로세스에 의지해 신·구 서비스 충돌을 풀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체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사업 모델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도 있다. 이달 안에 한걸음 모델을 통한 상생기구를 조성하고 공유숙박 과제에 대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관계부처와 함께 토론을 실시한다.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와 관련, IT업계는 다소 비관적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규제는 '갈라파고스'에 비유된다”면서 “기득권 중심에서 신산업에 양보를 종용하는 방식의 논의는 성장과 고용의 미래먹거리인 공유경제 활성화 시점을 앞당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