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때아닌 코로나19 특수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4월 한 달간 1조원 늘어났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제2금융권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여신 총 잔액은 68조2792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 67조658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국내 기업과 개인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이 1조2134억원 늘었다. 2015년 1월 이후 저축은행 총여신 전월 대비 증가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8년 1월과 올해 4월이 전부다.
2018년 1월은 여신금융기관이 대출자에게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0%로 낮아지기 전 마지막 달이었다. 이 시기는 저축은행이 마지막으로 고금리 대출을 적극 유치하던 시기다.
올해 4월 저축은행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4월 한 달 사이 신규대출 4000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소비자가 몰렸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2∼3월에 중소기업 중심으로 많이 들어왔던 대출 문의가 4월에 대거 실행됐다”면서 “중소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고객이 많은 개인 중금리대출도 이 시기에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저축은행에 자금을 많이 맡긴 것도 대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4월 말 현재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68조1534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4016억원 급증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계속 떨어졌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렸다”면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개인신용대출을 많이 풀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여신 총잔액 증가세도 눈에 띈다. 여신 총잔액은 2010년 5월 65조7451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11년 대규모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하락세가 급격했다. 2011년 5월에 61조770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에는 30조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후 저축은행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면서 작년 4월에 60조원 선을 회복했다.
저축은행 여신은 올해 4월까지 지난 1년간 매월 성장했다. 잔액 규모가 8조원 넘게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저축은행 여신 총잔액은 올해 내 7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