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을 활용해 우울증 자가진단 설문지를 분석, 좀 더 쉽게 우울증 징후를 잡아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다양한 설문지 양식에 대응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분석 영역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 최봉재 박사과정 등 연구팀은 최근 설문지에서 우울증 징후 특징을 찾아내 실제 의사 진단을 도울 수 있는 '다중 설문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자살에도 이를 수 있어 정신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인구 17%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주로 쓰이는 우울증 진단법은 자가진단 설문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반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객관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우울감 징후를 객관화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환자 스스로 외부 시선을 의식하는 '바람직한 사회성' 추구에 따라 객관성이 더욱 떨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 주도 접근법을 활용하는 방법론이 나왔지만 아직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우울증 징후를 지도 학습시키는 '지도예측 모델'의 경우 지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도학습을 하지 않는 '비지도 군집 분석'은 정보 잡음 등을 이유로 엉뚱한 분석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연구팀의 '다중 설문 분석 시스템'은 그동안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다양한 설문지에서 공통된 우울증 특징점(피처)를 학습시키는 방법을 썼다. 여러 개 설문지를 통합 분석하기 위해 '멀티뷰 러닝'을 활용했다. 멀티뷰 러닝은 여러 형식의 결과물을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연구팀은 또 지도·비지도 데이터 주도 접근법의 한계 극복을 위해 이들 두 가지를 섞은 '준지도 접근법'을 채용했다.
연구팀은 KAIST 건강검진 데이터 1만4929명분, 2만5539개 설문을 연구에 활용했다. 이 결과 새로 개발한 시스템이 우울증 의심 환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대상 가운데 시스템으로 잡아내지 못한 경우는 전체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방법보다 훨씬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또 왜 우울증으로 의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 주요 인자별 영향력 분석도 함께 제시할 수 있다.
조성호 교수는 14일 “딥러닝 기반 스크리닝을 통해 의사의 우울증 진단 과정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이 기술은 의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데이터 분석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