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남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증설 절차 설명회가 또 다시 파행됐다. 양남면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주민과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월성원전 '셧다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를 담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본계획' 수립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난항이 예고됐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등에 따르면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향후 맥스터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관련 양남면 주민설명회 개최 여부와 시기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주민설명회가 양남면 주민들의 거부로 시작도 하지 못하면서 공론화 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관계자는 “추후 양남면 설명회 개최와 향후 전반적인 공론화 일정에 대해 이번주에 다시 논의할 것”이라면서 “시민참여단은 150명 최종 선정도 지역 실행기구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월성원전소재 지역의견수렴 주민설명회'는 양남면 주민 300여명이 건물을 점거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양남면 주민들은 “양남면에서 여론조사로 반대했는데 왜 설명회를 하냐” “우리는 설명회를 들을 필요 없다”면서 설명회를 거부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결국 이날 설명회를 “없었던 것”으로 선언했다.
양남면 주민설명회가 시작하지도 못하고 파행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정부와 재검토위원회, 지역실행기구는 맥스터가 위치한 양남면에 맥스터 증설 공론화를 위한 과정을 설명한 후에 본격적인 숙의과정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설명회 파행에 절차가 꼬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맥스터 증설 공론화 절차가 꼬이면서 월성원전 가동 중단을 우려했다. 한수원이 밝힌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착공 시한은 8월로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맥스터 증설을 적기에 착공하지 못하면) 월성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재검토위원회는 내년 재수립될 '고준위 방폐장 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론화도 진행하고 있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고준위 방폐장 관리 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 등 맥스터 증설보다 더 민감한 사안을 담았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의견수렴 공개토론회'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계획 관련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쏟아졌다.
김유홍 지질자원연구원 단장은 “핀란드는 원전을 준공한 다음해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조사했고, 일본도 원전 준공 6년 안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부지 조사·관련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아무 것도 안했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속도전을 주문한 셈이다.
반면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믹 원장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주민수용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맥스터는 말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라지만 사실상 이는 중간저장시설”이라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