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V2G 활성화,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다

현대차가 하반기에 전력망연결(V2G)형 전기차를 출시한다.

자동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빼서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자동차다. V2G 기능을 탑재하면 가정이나 건물·빌딩 등의 시설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 시설물의 정전 예방이나 전력 피크를 낮추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향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련 재판매까지 가능해진다. 차는 이동성이 좋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보다 활용가치가 더 크다.

당초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부터 V2G 기술을 적용하려 했으나, 기존 전기차 2종에 V2G 트림을 추가하기로 했다.

V2G형 전기차는 일본 닛산 차량 1종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적용되는 신기술이다.

V2G형 차량 1대는 4인기준 5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약 60㎾h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V2G 차량 10만대는 화력발전소 1기의 용량과 맞먹는다.

생각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V2G 전기차를 4~5대만 활용해도 대형 빌딩의 전기 소요량을 충당할 수 있고, 전기요금이 싼 밤에 충전해 놓았다가 낮 시간에 야외 공사 설비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5~9배 이상 차이 나는 유럽·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활용도가 더 크다.

그런데 국내에서 해당 차량이 잘 활용될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이 현행법상 개인 간 전력거래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요즘 많이 보급된 태양광 발전시설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서 생산하거나 차량에서 방전시킨 전기를 그 자리에서 거래할 수 없는 전기사업법 때문이다.

전력망을 통한 거래 과정에서 30~40%의 전력 손실도 발생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비효율적이다. 물론 정부에서 전력 거래에 대한 전력재판매 등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발전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V2G는 분명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신기술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피땀 어린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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