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달 가는 길 찾았다

2022년 8월 1일~9월 7일 확정
달 궤도 도달 시점은 12월 16일
WSB 궤도, 연료 20% 절감 기대
거리-운항기간 늘어 장비 보강해야

[이슈분석] 달 가는 길 찾았다

달 탐사 사업의 구체 윤곽이 드러났다. 최대 난제로 꼽힌 WSB 궤도 설계·확정 이후 사업 파트너인 미항공우주국(NASA), 발사 업체인 스페이스X와의 협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구체적 발사 일정까지 확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2022년 8월, 달 탐사를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2022년 달 관측 시작될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은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의 발사시기를 우리 시간으로 2022년 8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로 확정했다.

발사 횟수는 하루 1회로 한정했다. 이를 감안한 총 발사 가능 횟수는 38회(일)다. 달 위치 변화 등으로 궤도는 매일 바뀐다. 사업단은 WSB 궤도를 포함, 38회에 대한 발사 시나리오를 모두 설계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 시간을 정해놓고 미리 궤도와 시나리오 등을 다 구성해 놓는다”면서 “실제 발사 당시에 변수가 발생하면 미리 준비한 대안을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8일간 어느 날에 발사해도 탐사선이 목표 달 궤도 지점에 도달하는 시점은 12월 16일로 동일하다. 이후 탐사선은 2주간 달 임무궤도인 100km 원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초기 시험을 거쳐 2023년 2월부터 본격 임무를 시작한다.

만약 9월 7일 안에 발사를 하지 못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9월 8일 이후 발사될 경우 당초 예정한 12월 16일에 도착하기 위해선 연료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다. 연료를 절감하기 위해 선택한 WSB 궤도의 장점이 사라진다. 반대로 연료 소비를 절감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2월 30일에나 달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달 궤도 진입 목표 일정이 정해져 있고 이 일정에 맞춰 우리나라와 NASA안테나 등 모든 설비가 작동된다”면서 “도착 일정이 변경되면 사업 이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예정한 40여일 내에 무조건 발사를 진행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WSB 궤도 설계 경쟁력 확보

사업단이 구체 발사 일정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은 WSB 궤도 설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WSB 궤도는 탐사체를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형점에 보낸 뒤 자체 추력과 중력을 이용해 달까지 가는 길이다. 중력을 이용해 운항하면서 연료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일반 궤적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탐사체 연료부 부피, 무게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다른 궤도에 비해 달에 접근하는 루트를 설계하고 실제 운항하는 것이 쉽지 않다. WSB 궤도를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수천미터 상공에서 나뭇잎을 던져 한 점에 정확하게 떨어트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쓰일 정도다.

사업단은 현재 발사 기준일인 '8월 1일' 발사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최근 NASA JPL과 스페이스X 양측으로부터 '달 궤도까지 진입할 수 있고 발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업단이 자체 설계한 궤도(안)를 NASA JPL이 보유한 툴을 통해 점검한 결과다. 향후 발생할 오차 등을 고려해 보완이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WSB 궤도를 통해 달까지 가는 길을 우리 힘으로 찾아낸 것이다.

이상률 달 탐사 사업단장은 “특정 지점을 찾아갈 때 연료 소비를 최소화해 가며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적의 길을 찾아낸 것”이라면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변수에 대비한 오차 수정 등 작업이 이어져야 하지만 기준 궤도를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성과다.

우리나라는 당초 달 궤도선의 기준 궤적을 위상 전이 궤적(PLT)으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원·타원 궤도를 병행해 달을 탐사하기로 했었다. 이에 대해 NASA가 북극 지점을 지날 때 당초 대비 고도가 세 배나 높아져 사업 목적인 달 촬영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달 궤도에 진입하는데 드는 연료를 절감하되 1년 동안 오롯이 원궤도를 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때 세부 대안으로 나온 것이 WSB 궤도다.

WSB 궤도를 택하면 당초 계획 대비 탐사선이 지구로부터 최대 150만㎞ 멀어지며, 운항 기간도 3∼4개월 길어진다. 계획보다 멀리, 오래 탐사선이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었다.

NASA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WSB 궤도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상당한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올해 초, 사업단 내부에선 스페이스X와의 발사 관련 논의가 빨라도 10월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수립한 사업 계획 대비 3개월가량 지연된 일정이다.

사업단은 궤도 설계 인력을 2명에서 6명으로 확대하고 WSB 궤도 설계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예상보다 빨리 WSB를 설계, 사업 일정 지연을 막았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WSB 궤도는 태양, 지구, 달 위치에 따른 중력 변화 를 고려해 아주 좁은 중력장 항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설계 난이도가 높다”면서 “발사체와 분리 이후 오차를 보정해가며 원하는 위치에 보내야 하지만 현재 기준 궤적을 확보한 것도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숙제는 남아 있다. 기존 달 탐사선보다 지구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지기 때문에 통신 장비 보강이 필수다.

과기계 관계자는 “WSB 궤도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통신 문제 등을 예상하고 관련 장비 스펙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