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디지털 카르텔' 부상...'패턴 적발 시스템' 필요

플랫폼 '디지털 카르텔' 부상...'패턴 적발 시스템' 필요

알고리즘을 통해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알고리즘 담합(디지털 카르텔)'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일정 가격에 동조하는 행위를 적발해야 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알고리즘 담합은 가격 설정 알고리즘이 개입되는 담합을 의미한다.

17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경제 특성과 경쟁정책 방향:온라인 플랫폼과 알고리즘 담합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현재 법안으로 알고리즘 담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 설정에 관여하는 알고리즘은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보고서는 “정부는 가격 설정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활용이 많은 시장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과 가격 동조적 패턴에 대한 행태적 연구를 진행하고 적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선 당국이 기업의 알고리즘 유형 담합행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디지털 카르텔 조짐이 관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모니터, 프린터, 마우스 등 컴퓨터 주변기기 제품 가격을 수집해 판매자들의 가격조정 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판매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는 가격 담합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가격 인하보다 가격 인상이 동일한 시점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고서는 자가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설정된 자가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할 경우, 기업은 사전 합의 없이도 일정수준 담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상대 기업의 알고리즘을 분석하거나 담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학습하면 이윤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가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쟁점이다. 이 경우 당국은 기업 간 소통이 없어 기존의 담합행태처럼 조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 같은 담합이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나온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의 알고리즘 담합으로 형성된 최저가 기업간 경쟁이 반영된 가격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일례로 앞서 뉴욕지방법원은 우버의 가격 알고리즘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자들 사이의 경쟁이 제한되고 특정 시간대에 반경쟁적 가격이 설정되어 소비자의 후생을 침해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이어 보고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의한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사례에 대해 경쟁당국의 단호한 입장 고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초기 투입비용이 크고 선발주자 시장 선점력이 크기 때문에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가 관찰될 경우 경쟁당국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