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확산되는 가운데 토종 영상회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구루미가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독서실 '캠스터디'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데 이어 구루미의 플랫폼을 통해 벤처캐피털(VC)과 유망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벤처투자 온라인 기업설명회(IR)가 열리는 등 이용자수가 급증 추세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신규 가입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스페인에서도 트래픽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에서 구루미를 사용한다”고 21일 밝혔다.
구루미는 영상회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2015년 9월 구루미를 창업하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영상회의, 영상교육, 웹세미나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루미Biz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했다. 구루미Biz플랫폼을 선보이기 이전에는 영상을 이용해 서로의 학습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캠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구루미를 이용하는 유·무료 가입자수는 약 27만명에 이른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선 서비스를 공개해 어떤 방식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2년 가까이 지켜봤다”면서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스터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순차로 추가해 현재의 구루미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줌, 구글 등 외국계 대형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영상회의 플랫폼 시장에서 구루미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이처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가볍고 쉽게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타 플랫폼과는 달리 브라우저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자원 소모를 크게 줄여 어디에서나 쉽게 영상회의가 가능하게 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1월 이후 구루미의 트래픽은 월 10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8~12월 대비 지난 5월까지 국내 누적 트래픽은 129.79% 증가했다. 해외 이용자 수 증가는 더욱 극적이다. 스페인에서는 같은 기간 트래픽이 1236% 증가했다. 구루미 전체 트래픽 가운데 1%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달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구루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로서는 스페인에서 트래픽이 왜 증가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실시하지 못했지만 여타 플랫폼에 비해 가볍고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스페인을 비롯한 외국 사례를 분석한 이후 해외 시장을 공략 방안도 도출해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벤처투자 기업과 미팅에 어려움을 겪던 VC가 온라인 IR를 구루미 플랫폼을 통해 하면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루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앞장서 공공기관과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영상회의 시스템 설치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을 운영하는 토종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영상회의 플랫폼을 비롯한 비대면 분야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