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손잡은 업비트, 2년 반 만에 '원화 입금' 재개

2018년 '암호화폐 실명거래제' 도입
기업은행 신규 계좌 발급 중단 '치명타'
내일부터 서비스…업계 재편 신호탄
케이뱅크, 업비트 회원 유입 효과 기대

케이뱅크 손잡은 업비트, 2년 반 만에 '원화 입금' 재개
케이뱅크 손잡은 업비트, 2년 반 만에 '원화 입금' 재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원화 입금 서비스를 다시 오픈한다. 2018년 1월 IBK기업은행의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 신규 발급이 중단된 후 2년 반 만이다. 은행 계좌 신규 발급이 막히면서 신규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업비트는 새 파트너 케이뱅크를 만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업비트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해 원화 입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신청 예약도 함께 실시했다. 신규 회원은 물론 기존 회원도 케이뱅크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회원이 활용하던 기업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는 내달 24일 오전 10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업비트 이용자는 케이뱅크의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를 등록한 후 원화 입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원화로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다. 국내 사용자에겐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서비스를 위해 물밑에서 치밀한 준비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놀랐다는 반응이다. 양사에는 '윈윈'이다. 업비트는 그간 난제로 남았던 원화 입금 문제를 해결했다. 오랜 족쇄를 풀어내면서 업계 재편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케이뱅크에도 도약 발판이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케이뱅크는 대주주 이슈, 자금난을 겪으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업비트는 총 회원이 300만명에 달한다. 업비트 회원을 대거 유입되면서 순효과가 기대된다.

업비트는 입출금 계좌를 통해 원화 입금 서비스를 제공했다. 첫 파트너는 기업은행이었다. 업비트는 2017년 10월 서비스를 론칭했다. 2017년, 2018년에 걸쳐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었다. 거래소에 투자금이 몰렸다. 업비트는 국내 거래소 1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경계한 당국이 규제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 실명거래제'를 도입했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실명 확인을 거쳐야만 신규 계좌를 발급하도록 했다.

업비트에는 직격탄이 됐다. 정부 정책 기조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계좌 발급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후 기업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제공하지 않게 되면서 업비트는 신규 회원 유치에 치명타를 입었다. 신규 회원은 업비트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없었다. 업비트가 주춤한 사이 빗썸을 비롯한 경쟁 거래소가 성장세를 구가했다.

1위 거래소를 둘러싸고 업비트와 빗썸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원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거래소와 은행 물밑 접촉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특금법 시행령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손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업비트처럼 실명 계좌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는 거래소가 많다. 이번 일로 유수 거래소가 다시 계좌발급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업비트 원화 입금 서비스 주요 일지

케이뱅크 손잡은 업비트, 2년 반 만에 '원화 입금' 재개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