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복지에 던진 의문...조세硏 '양육지원 효과 불확실, 재검토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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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에까지 보육료(만 0∼2세)와 유치원비(만 5세)를 지원하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소비감소폭이 커졌고, 영유아를 위한 소비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권성준 부연구위원은 22일 발간된 재정포럼 6월호에서 '정부이전지출 확대에 따른 가구의 소비지출 행태 분석: 보육료·유아학비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런 지적을 내놨다.

권 부연구위원은 지난 2012년부터 가구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원되기 시작한 보육료와 유치원비 지원 정책에 따른 효과를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이용해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4분위로 나눠 봤을 때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복지와 초등교육에 대한 소비지출 수준이 더 크게 감소했다. 정부 지원이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고소득층이 더 수혜를 봤다는 의미다.

영아가구의 경우 소득이 낮은 1, 2분위는 사회복지 및 초등교육에 대한 소비지출 감소폭이 1만원 이하로 추정됐으나 소득이 높은 3, 4분위는 각각 3만5036원과 4만8128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가구 역시 1분위(5만1787원)보다 4분위(8만9825원)의 소비지출 감소폭이 컸다.

그러나 고소득층이 정부 지원으로 늘어난 소득을 영유아 삶의 질 개선에 썼는지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 부연구위원은 “양육비용 경감과 영유아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고소득층에도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타당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득분위를 나누지 않고 분석했을 때도 보육료와 유치원비 지원은 대체로 영유아 가구의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지만 영유아 발달을 포함한 영유아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는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 1∼2세 영아가 있는 가구는 사회복지 및 초등교육 월평균 소비지출이 2만4881원 감소했고, 만 5세 유아가 있는 가구는 6만34원 감소했다.

그러나 서적, 문구, 학원 및 보습교육, 악기, 장난감 및 취미용품 등 영유아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한 지출항목들은 대체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정책효과 크기가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영유아 가구가 정부 지원으로 양육비용을 줄였지만, 이로 인해 늘어난 소득을 영유아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