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바이러스 전파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람 이동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 Down)을 강행한다. 정부 셧다운 정책은 국민에게 피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했고, 현재 우리나라도 비대면·비접촉(언택트) 소비,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에 적응하는 중이다.
셧다운 정책은 국가가 발의한 '타의적 고립'의 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 경험은 국민에게 '자의적 고립'을 추구하는 경제 즉, '셧인 이코노미(Shut-in Economy)'를 촉발시켰다.
'셧인 이코노미'는 '스스로 가두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외부와 물리적 소통을 차단하고 개인화된 공간에서 경제사회 활동을 영위한다는 의미다.
셧인 이코노미는 셧다운 보다 더 전향적이고 가속화된 경제사회적 변화를 몰고 온다. 이제는 시장이 능동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능동적 변화 수용은 언택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전통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방향은 가상화, 평탄화, 원격화, 소유화로 정리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을 유도했다면 앞으로는 가상쇼핑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는 등 가상-물리 공간을 융합한 온·오프라인연계(O2O) 비즈니스가 더욱 파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일상화되면서 국민 평균 인당 거주공간의 확장욕구는 증가하고, 도시는 저밀평탄화를 지향하게 된다. 또 원격파티처럼 비접촉을 지향하지만 소외되지 않고자 하는 인간 본성은 강화되며, '공유하지 않고 소유한다, 소유할 수 없으면 일시적으로 전유한다'는 관점의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변화가 시사하는 점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증가하고, 이것이 보다 근본적인 것까지도 쉽사리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우리가 가진 경제사회시스템은 고착화됐다. 이런 고착은 기존 것을 개선하는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구개발(R&D) 투자와 같은 전통적 투입요소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대비하고 있다.
슘페터는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이 주는 의미처럼 우리는 이 상황을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전환적 혁신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비전을 향한 시스템 재설정이다.
이 분야에 정통한 길스는 '돛배에서 증기선으로의 발전'과 같은 역사연구를 통해 그 변화가 주는 큰 파급의 본질을 파악했다.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미래비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수용된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미래'를 살 수 있다.
이 절호의 기회에,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미래를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공지능(AI)에 침범당하는 미래가 아닌, AI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는 미래를 바란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인가, 아니면 AI 서비스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로봇에게 윤리를 가르칠 방법을 찾을 것인가.
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신산업전략연구단장 jhchoi@s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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