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원가 절감 노력에도 석유제품 판매 급감

값 싼 美 원유 수입해 원가 낮췄지만
수출·내수 항공 부분 등 실적 반토막
업계 “정제마진 4달러 회복해야 반등”

정유업계 순위와 무관. [사진= 전자신문 DB]
정유업계 순위와 무관. [사진= 전자신문 DB]

정유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급감한 석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값싼 미국산 원유 비중을 늘려 원가 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석유제품 판매량이 줄어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월 기준 원유수입량은 8228만3000배럴로 작년 동기 대비 1340만배럴(14%) 급감했다. 전월 대비로는 180만배럴(2.2%) 줄었다.

정유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둔화에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재고가 있는데도 막연히 원유를 지속 수입,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면 처치 곤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수입액은 28억달러(3조3972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 대비 39억달러(4조7319억원·58.1%) 급감했다. 국제 유가가 약세인 데다 원유 수입량을 줄인 결과다. 원유 수입단가는 배럴당 33.88달러로 작년 동기 69.46달러 대비 반토막 났다.

원유 수입 비중을 보면 중동산이 65.2%로 지난해 동기 76.8% 대비 11.6%포인트(P) 하락했다. 감소분은 미국산이 대체했다. 미국산 원유 비중은 22.2%로 같은 기간 6.4% 급증했다. 4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3.69달러 낮았다. 정유업계가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이 같은 원가 절감 노력에도 불구, 국내외 석유제품 판매량이 감소했다. 4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4300만배럴로 작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수출액은 13억달러(1조5776억원)로 같은 기간 64% 급감했다. 대표적으로 항공유는 977만배럴로 5.4% 감소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수출을 늘렸지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 등에서 후퇴했다. 휘발유 수출도 560만배럴로 17.2% 줄었다. 일본, 호주, 중국 등 수출 확대에도 주요 수출국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석유제품 소비마저 줄었다. 가정상업과 공공기타 등에선 각각 0.4%, 2.3% 늘었지만, 수송·산업·발전 부문에서 역성장했다. 수송과 산업, 발전 부문 소비는 각각 2110만8000배럴, 4361만6000배럴, 12만6000배럴로 작년 동기 대비 1.3%, 21.5%, 73.5% 감소했다. 특히 수송 소비는 항공 부문에서만 85.4%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길이 막힌 결과다. 도로부문(차량용)도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도로부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소비는 작년 동기 대비 각각 8.8%, 16.2%, 20.1%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2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정제마진이 이달 셋 째주 들어서야 배럴당 0.1달러로 14주 만에 플러스(+) 전환했기 때문이다. 본격 시황 반등은 이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 2분기 영업 손실은 1분기 4조4000억원보다는 줄겠지만, 천문학적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회복돼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 이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