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稅) 도입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총 1000유로(135조647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전자·자동차업계 국내 기업이 해외서 고정사업장 중심으로 생산한다면 과세 영향을 적게 받지만, 조세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부담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2일 조세연이 발간한 '재정포럼 6월호'에 실린 'BEPS(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 2.0: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OECD에서 이 논의를 주도하는 IF(137개국이 참여한 포럼)는 올해 말까지 구체화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발표할 계획이다. 내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11월 정상회의를 통해 진전된 내용을 점검받을 계획이다.
현재로선 사용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다국적 기업 이익의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부여하고, 다국적 기업 이익에 대해 '최저한세'(국제소득에 대한 최저한의 세금)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전자, 자동차 등 소비재 업종 대기업의 세 부담이 늘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고정사업장에 연계된 공급이 주류를 이룬다면 새로운 과세권 배분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기업이 조세회피 전략을 통해 세 부담를 회피하고 있다면 세금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최저한세의 경우 '거주지 세 부담의 절반 정도'를 납부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는 법인세율(25%)이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ECD는 BEPS 2.0이 시행되면 조세회피 축소 등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세계적으로 1000억 유로(추정치·135조647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디지털세 도입이 정부의 세수입 증대 요인과 감소 요인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증대 요인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공급하는 디지털 서비스와 소비재(명품, 레스토랑, 카페)에 대한 세수입을 배분받을 수 있다는 점으로, 적용 대상 기업들이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면 법인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감소 요인은 디지털세 대상에 포함되는 우리 기업의 외국 납부 세액이 증가한다면 이에 따른 세액공제가 국내 세수입을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정부가 디지털세 적용을 받게 될 매출액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 국내 기업의 이익률을 분석하고, 다른 국가의 기업이 국내에서 디지털 서비스와 소비재를 공급하면서 신고한 자료도 분석해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종별·지역별 통상적 이익률, 초과이익 중 소비지에 배분하는 이익의 비율과 배분방식에 대한 의견 제시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디지털세 논의에 대해선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제도가 복잡해 결론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통상적 이익률, 국가별·산업별 이익률 격차 반영 여부 △적용 대상 기업 범위 △이중과세 배제 △미국의 '세이프 하버'(의무이행 부담 완화를 위해 대안을 인정하는 제도) 제안에 대한 논의 △최저한세율·최저한세 적용 배제 기업 규모와 업종 등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