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호텔신라가 면세점 명품 재고 판매에 따른 마케팅 효과에 웃음 짓고 있다. 롯데ON과 신라트립 등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온라인 신채널에 관심이 몰리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 없이 기대 이상의 고객 유입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23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ON은 이날 오전 10시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한지 1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의 60%가 품절됐다. 판매 시작 전부터 평소보다 3배 많은 트래픽이 몰리면서 롯데ON 서버가 일시 마비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롯데쇼핑은 200억원 규모의 롯데면세점 재고를 직매입해 온라인몰 롯데ON을 통해 우선 판매했다. 9개 명품 브랜드 77개 상품을 최대 60% 할인하자 고객들이 앞다퉈 몰렸다. 회사 관계자는 “신발과 여성 크로스백 등이 재고 소진을 주도했다”면서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오픈한 롯데ON의 서비스 안착에 공들여온 롯데쇼핑 입장에선 이번 재고 면세품 기획전을 통해 큰 투자 없이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유입된 고객층이 롯데ON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오는 25일부터 자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신라트립'을 통해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는 호텔신라도 이번 행사를 전화위복 기회로 삼았다. 별도 판매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유통 채널과 제휴 대신 자체 플랫폼인 '신라트립'을 명품 판매처로 정해 홍보 효과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신라인터넷면세점 신규 가입자 수는 면세품 판매가 알려진 지난 19일 이후 사흘간 전주 동기대비 20배 이상 급증했으며, 신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9배 뛰었다.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서둘러 회원 가입에 나서면서 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라면세점은 판매에 앞서 사전 이벤트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면세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신라별 2000포인트를 지급하고, 신라페이로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새로 유입된 고객을 고정 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한 이벤트도 강화했다.
신라트립은 신라면세점이 올해 초 오픈한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으로, 신라면세점은 항공·숙박·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재고 면세품 행사를 진행한 신세계면세점 역시 판매처로 정한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의 신규 가입자수가 전주대비 30배 늘고 앱 설치 횟수도 60배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일평균 방문자가 20만명 수준이던 온라인몰에 6배나 많은 123만명 방문자가 몰렸다. 지난 22일 2차 판매에는 명품 브랜드 재고 상품 270개 중 90%가 5시간 만에 동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면세점은 악성 재고를 처분하고 온라인몰은 신규 고객 유입을 이끌어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면서 “한 번 방문한 고객이 쇼핑몰에 안착하고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도록 유도해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