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악의 폭염이 예상되면서 가성비 높은 '보조 냉방가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 이동형 에어컨, 에어 서큘레이트 등 보조 냉방가전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 냉방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올 여름 날씨 예보가 '역대급 더위'를 예고한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가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홈쇼핑 채널을 통한 보조 냉방가전 판매도 크게 늘었다. 업계는 보조 냉방가전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보조 냉방가전 '폭발 성장세'
23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창문형 에어컨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1500% 이상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공간에 사용하려는 고객이 특히 많이 찾는다”면서 “지난해 출시된 창문형 에어컨 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판매하는 상품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냉기를 멀리까지 전달하는 서큘레이터도 인기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4월 초부터 6월 21일사이 판매한 서큘레이터가 전년 동기대비 53% 늘었다. 3년 전인 2017년보다는 3배 가까운 185% 늘어난 수치다.
G마켓에 따르면 창문형 에어컨은 전년대비 166%, 이동식 에어컨은 67% 늘었다. 옥션은 전년대비 스탠드에어컨은 4%, 창문형 에어컨은 59%, 이동식 에어컨은 53%씩 판매가 증가했다.
가격 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은 창문형 에어컨 매출은 전년대비 1061%, 수량 기준으로는 700% 늘었다. 이동식 에어컨 판매도 작년보다 231% 더 팔렸고 서큘레이터는 235% 증가했다.
전체 가전판매에서 차지하는 보조 냉방가전 매출 비중도 전년대비 크게 늘었다.
2020년 6월 들어 창문형 에어컨이 급성장하면서 전체 에어컨에서 판매된 비중은 8%까지 성장했다. 이동식 에어컨도 빠르게 성장해 전체 에어컨 매출 비중의 3%대를 기록했다.
◇ '셀프 설치' 가능...간편성에 인기 UP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빈틈없는 냉방을 누리려는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도 보조 냉방가전 수요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모든 방에 냉방 기기를 설치하려는 수요도 높았졌다. 보통 거실에 스탠드에어컨을 두고 큰 방에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나머지 작은방들까지 냉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형 에어컨은 이런 '작은방' 수요를 포착해 상품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설치 편의성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스탠드에어컨과 벽걸이 에어컨은 실외기를 필수로 함께 설치해야한다.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형 에어컨은 실외기가 필요 없다. 전문가 설치 기사 없이 소비자 스스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동식 에어컨과 창문형 에어컨이라는 형태가 이전부터 있긴 했지만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고 소음이 문제 등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도 있고 사용후기가 좋아 입소문을 듣고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 속속 냉방 가전 시장에 가세
냉방 보조 가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 중에선 LG전자가 올해 처음 이동식 에어컨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해 기존 정속형 모델보다 에너지를 최대 29% 절약한다. 냉방 면적은 26㎡로 냉방과 송풍, 제습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LG전자는 창문형 에어컨의 사업성도 검토는 했지만,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캐리어 에어컨도 올해 처음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진출했다. 캐리어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실현한 '캐리어 에코 인버터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이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창문형 에어컨 판매 1위는 파세코로 파악된다. 파세코는 제품 출시 1년 만에 누적 생산량 1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위니아딤채도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에어컨을 판매하는 기업 대부분이 창문형에어컨, 이동형 에어컨이라는 니치 마켓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제품을 처음 출시하려는 기업들은 시장성을 보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더 많은 중소, 중견 가전업체가 냉방 보조 가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