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 충격 계속되면 기업 유동성 54조 부족 예상"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해 내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최대 54조원 이상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감(외부회계감사대상) 기업의 올해 중 유동성 부족 규모는 코로나19 여파 관련 '심각', '기본' 시나리오상 각 54조 4000억원, 30조 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심각'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충격이 연중 이어진다는 가정이고, '기본' 시나리오는 충격이 내수에 2분기까지, 해외수요에 3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이다.

특히 항공업종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시나리오에서 항공업의 유동성 부족분은 각 12조7000억원, 11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해운 등의 업종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차환율(빚을 다른 빚으로 갚는 비율)이 10%포인트 높아진다면 전체 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가 두 시나리오에서 각 37조8000억원(정책지원 없는 경우 54조4000억원), 20조6000억원(30조9000억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동성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도 눈에 띄게 나빠질 것으로 우려됐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전체 외감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2019년 4.8%에서 1.6%로 3.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2.2%로 2.6%포인트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50%로 추산됐다. 한해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의 비율은 34.1%였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