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중·일 연합의 협공 위기에 처했다. 일본 JOLED와 중국 TCL이 손잡고 글로벌 OLED 시장 공략을 위한 '출전' 준비를 마쳤다. JOLED는 TCL에서 유치한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자국 정부 지원까지 끌어내며 중형 OLED 패널 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TCL은 JOLED의 최신 OLED 제조 기술을 확보, 한국 패널 제조사들의 강력한 경쟁사로 떠올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JOLED가 TLC 산하 차이나스타(CSOT)와 자본 제휴를 위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TLC는 최근 JOLED에 200억엔(약 2236억원)을 투자하고, 약 11% 지분을 받기로 합의했다.
경산성은 지난 2014년 '아베노믹스' 일환으로 제정된 '산업경쟁력 강화법'에 따라 수익 향상을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 세금 부담 경감 등 혜택을 부여한다. JOLED는 이번 승인에 따라 자본금 증가에 따른 등록면허세 경감 조치를 받게 됐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경산성 '인정사업재편계획'에 따르면 JOLED는 10~32인치 '중형' OLED 패널 개발·생산에 집중한다. 독자 개발한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중형 OLED를 본격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현재 운영하고 있는 4.5세대 파일럿 라인을 올해 안에 폐쇄하고 모든 물량을 지난해 새롭게 구축한 5.5세대 라인으로 옮긴다. 현재 21.6인치 패널뿐인 제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도 추진한다.
JOLED는 “중형 OLED는 한국 2개사 등 다른 제조사들이 생산 방식 제약 때문에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의) 투자 경쟁을 피해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을 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시했다.
JOLED는 잉크젯 프린팅 OLED 기술을 다른 패널 제조사에 공급해서 일정 수익을 얻는 '라이선스' 사업도 핵심 모델로 내세웠다. 현재 자국 내 11세대 OLED 생산 라인에서 잉크젯 프린팅 공정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CSOT가 해당 기술을 우선 공급받을 것이 확실시 된다.
실제 JOLED는 사업재편계획서에서 “당사 잉크젯 프린팅 OLED 기술은 다른 선행 기업과 달리 유일하게 중대형까지 양산이 가능하다”면서 “TCL CSOT 기술 라이선스 실적이 기술의 보급·확대, 규모의 경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활용한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CSOT가 양산 경쟁에 본격 뛰어들면 시장 구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막강한 자금력과 대규모 생산 거점을 앞세워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의 출혈 경쟁을 유도할 공산이 크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JOLED와 CSOT 협력은 글로벌 OLED 시장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LCD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쟁국이 넘볼 수 없는 OLED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