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우유 가격을 결정짓는 원유가격 조정 협상이 결렬됐다. 낙농가는 인건비와 축사 개선 비용 등의 이유로 원유 가격을 인상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유업체는 원유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주장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25일 원유 기본가격조정 협상을 위한 5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 결렬 됐다. 이에따라 낙농진흥회가 30일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추가 협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이사회에서 표결을 통해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입장차가 커 추가 협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낙농가에서는 1ℓ당 21~26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유가공업체들은 동결 혹은 가격 인하를 요구있다.
업체들은 매년 이어져온 우유 소비 부진과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않아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본 만큼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지난 3월과 4월간 200㎖ 제품 기준 약 120만팩이 판매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급식 우유를 납품하는 주요 유업체들은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낙농가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사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상승한 만큼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무허가축사적법화로 인해 축사 개선 등에도 많은 비용이 사용됐고 원유가격연동제라는 제도가 있는 만큼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낙농가와 유가공 업계가 원유 가격 인상 폭을 정하는 협의체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종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된 가격이 반영된다.
원유기본가격 결정은 원유의 생산과 공급 규정에 의거해 매년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우유생산비 증감률이 인상·인하 4% 이상일 경우 협상을 통해 조정하며 이보다 낮을 경우 2년으로 협상 기간이 유보된다.
매년 협상에 진통을 겪어왔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8년 협상에서 1ℓ당 4원 인상된 이후 지난해에는 동결돼 올해 인상이 결정 될 경우 2년만의 인상인 만큼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것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가격 인상은 물론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유 소비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특성이 있는 만큼 원만한 협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