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9회를 이어 온 본 연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의도로 시작됐다. 많이 부족했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연재는 일본이 일부 품목의 대 한국 수출을 금한 시점에 시작됐고,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전대미문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시기다. 지난 1년 동안 글로벌화와 4차 산업혁명이 안고 있는 취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났고, 글로벌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통상 마찰과 겹치면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가치사슬(GVC) 붕괴는 글로벌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을 바꿨고, 세계 정치·경제 구도마저 흔들어 놓았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급격하게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더욱 가속해서 추진할 전망이며,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정부 재정을 동원해 4차 산업혁명을 강하게 추진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환경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 동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관련 이슈가 모든 이슈를 압도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경기 회복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성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 같은 대응이 중장기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 정체 및 성장동력 약화 등 내부 요인에다 GVC 재편의 주도권, 경제 블록화, 기술 보호 강화(수출 규제)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수출 중심 산업 구조로 되어 있는 우리에게 매우 절박한 환경이 조성될 공산이 높다.
재편될 GVC와 세계 경제 질서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비상한 각오와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정 국가 또는 특정 기업이 단독으로 GVC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어서 GVC 재편이 본격화되고 각국의 보호주의와 맞물리게 되면 경제 블록화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리 여건 상 규모의 경제로 세계를 압박하는 중국과 권토중래를 꿈꾸는 일본 사이에 있으며, 격화하고 있는 국제통상 마찰과 표면화되고 있는 경제 블록화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경계선에 있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된 내수시장 규모, 자원의 해외 의존, 첨단 기술 부족 등 열악한 여건에서도 지정학상의 불리함과 경제력 한계를 극복해 내야 한다.
철저하게 이익 중심으로 재편될 세계 질서에서 선진국 및 선진 업체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의 강점을 신속히 전략화해야 한다. 우리의 신기술 개발 역량과 첨단 제조 역량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 새로운 GVC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경쟁력 영속 기반인 원천기술 개발과 우수 인력 양성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압축 성장을 하는 동안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사회·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긴 것을 교훈 삼아 급진전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같은 과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를 갖춰 가야 한다. 최근의 급변한 글로벌 환경을 고려해 지금까지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되짚어 보고 지정학상의 불리함을 반전시킬 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동참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합리, 세밀, 냉정, 끈기, 책임, 리더십, 포용과 융합, 소통과 배려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하게 떠받칠 문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본 연재를 읽어 주고 격려해 준 독자들께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와 함께 장기간 귀한 지면을 허락해 준 전자신문에 고마움을 전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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