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를 대규모유통업자로 규정해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대규모유통업자로 간주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안에 따르면 온라인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 온라인시장에서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대형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대규모유통업법에 편입시켜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또 다른 규제가 나타났다며 우려가 크다. 비대면 중개플랫폼을 오프라인 판매업자와 동일하게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개념이 다른 사업을 동일한 법으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도 시장 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거 기준으로 대부분 오픈마켓이 포함된다.
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중개플랫폼에서 중개하는 것을 판매행위로 보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법리적 검토를 통해 온라인쇼핑업계를 대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중복 규제로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온라인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 통신판매법, 통신중개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다양한 규제에 얽혀 있다. 추가 규제로 옭아매기만 하면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올바르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이미 산업 발전과 진흥을 위해 자발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면서 “2~3중 규제로 누른다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오픈마켓이 만들어진 취지는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없애, 누구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이 현실화 되면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를 선별해 입점시킬 수 있다. 자칫 중소영세 상인들은 오히려 장사를 할 수 있는 채널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업계에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과라는 입장이다. 오픈마켓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상권 살리기, 지자체와 협업을 통한 판매 이벤트 등을 진행해 왔다. 정부 '동반세일' 참여로 소비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른 유통플랫폼에 비해 수수료 등 순기능 부분을 제쳐두고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을 아쉬워한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국회,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온라인유통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발등의 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두 번 정도 비슷한 내용으로 입법을 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기존 규제법인 전자상거래법과 결이 다른 대규모유통업법을 어떻게 맞출지도 문제다. 현재 전자상거래법 안에서도 오픈마켓과 중개업자의 정의가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업계 자체에서 지속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속되는 발의는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테크앤로 부문장)는 “이제 국내에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겨우 크기 시작했는데 설익은 규제정의 등 각종 규제를 들이대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가 없다”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조차 신생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 장애물을 일체 걷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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