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적장애와 뇌전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CYFIP2' 유전자의 뇌기능을 규명했다.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은 이계주 연구그룹장과 한기훈 고려대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교수, 최세영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마우스 모델을 활용, 뇌전증과 지적장애 유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지능 발달 장애로 학습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와 의식 소실, 발작 등이 동반되는 뇌전증(간질)은 뇌기능 이상으로 초래되는 대표 질환이다. 현재까지 지적장애 및 뇌전증 발병과 관련된 다수의 유전자 변이가 보고됐지만 이들이 뇌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구체적 기전이 규명된 경우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환자 유전체 분석에서 CYFIP2 유전자 변이가 지적장애 및 뇌전증과 반복적으로 연관된다는 해외 연구사례에 주목했다. 이에 CYFIP2 발현이 감소한 마우스 모델을 제작하고 기억, 의사결정, 공감능력, 감정조절 등과 관련 있는 뇌 내측전두엽피질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신경세포 중 제5층(Layer 5) 신경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CYFIP2의 발현이 감소한 마우스의 제5층 신경세포는 정상 마우스 신경세포에 비해 시냅스 크기가 커져 있었으며, 신경세포 흥분성이 과도하게 증가돼 있었다. 신경세포의 흥분성 증가는 뇌전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CYFIP2 발현이 감소한 마우스는 뇌전증 증상을 유발하는 약물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또 리튬 약물이 양극성장애(조울증) 및 X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지적장애 질환인 취약X증후군 등의 뇌질환 증상을 개선한 점에 주목, CYFIP2 발현이 감소한 마우스에서도 리튬 효과를 적용했다. 그 결과 내측전두엽피질 제5층 신경세포에서 과도하게 증가되었던 흥분성뿐만 아니라, 뇌전증 유발 약물에 대한 민감성과 행동학적 이상 등이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CYFIP2 유전자 뇌기능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CYFIP2 유전자 변이에 의해 초래되는 지적장애와 뇌전증 증상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지원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분야 상위 5%, 신경과학분야 상위 10% 이내의 국제 저명 학술지 '신경학연보'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