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시대]“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제어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영화 아바타 포스터(네이버 영화 페이지 갈무리)
영화 아바타 포스터(네이버 영화 페이지 갈무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는 '아크란'이란 거대한 새가 등장한다. 영화 중심축인 나비족은 아크란을 이동수단으로 활용한다. 나비족은 자신의 신경과 아크란의 신경을 연결해 아크란을 제어한다. 별도 운전 수단 없이 생각만으로 아크란을 움직인다. 덕분에 나비족은 아크란을 자신의 몸처럼 활용한다.

영화 루시 포스터(네이버 영화 페이지 갈무리)
영화 루시 포스터(네이버 영화 페이지 갈무리)

#영화 '루시'는 인간의 뇌 활용도가 극대화됐을 때를 가정한 공상과학 영화다.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는 생각만으로 도로에 설치된 안전봉을 원격 제어한다. 루시는 자신의 차가 지나가자마자 안전봉을 위로 올려버린다. 그를 뒤쫓던 경찰차는 안전봉에 부딪혀 동작 불능 상태에 빠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생각만으로 외부 사물을 원격 제어하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본다. 이러한 상상은 공상과학 영화나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화 속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주인공이다. BCI는 AI와 결합하면서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 AI 학계에서 주목하는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다.

BCI는 두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인식해 컴퓨터를 작동하는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용자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을 실행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컴퓨터가 실제로 크롬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학계와 산업계에선 BCI 관련 연구가 이뤄졌다. 우리가 컴퓨터를 작동하려면 손으로 전원을 켜고,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화면을 터치해야 한다. 손을 이용한 제어는 거의 모든 기기에서 공통으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음성인식 기술 발전으로 목소리만으로도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것이 대중화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제어도 새로운 제어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BCI는 기존 방법과 다르다. 물리적 동작 없이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뇌에서 출발한다. BCI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신속하게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법인 셈이다. 산업군은 물론 일상 생활을 송두리째 혁신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 의사소통하는 '발화상상'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AI는 BCI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BCI는 딥러닝 기술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았다. AI는 딥러닝으로 인간이 특정 행위, 사고할 때 발생하는 뇌파 패턴을 학습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AI는 인간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됐다. BCI가 AI 영역으로 들어선 배경이다.

글로벌 기업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2019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하반기 지원과제 중 하나로 정은주 한양대 교수 연구과제를 선정했다. 정 교수는 사람이 음악 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탐지,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사람의 상상만으로 악상을 떠올리는 기술이다.

이성환 고려대 AI대학원장은 “BCI와 AI 딥러닝을 접목한 연구가 학계에서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3~5년 후에는 BCI가 실용화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음성인식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활용이 제한적이었지만 뇌파를 활용하면 외부 제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