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경영연구원 "연료비 변화 전기요금에 자동 반영해야"…연료비 연동제 '군불'

'저유가땐 전기요금 인하'
GDP 상위 50개국 중 32개국 시행
가격 시그널 높여 충격 완화 효과
한전 실적 급등락 안정화 등 장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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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경영연구원이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전기요금 가격 신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상위 50개국 중 32개국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에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업계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유가에 따라 심하게 변동하는 한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전기요금 체계개편과 맞물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경영연구원은 이달 '해외 에너지전환 관련 비용 회수 현황 및 규정 검토'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분석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연료비 연동제로 연료비 변화를 요금에 자동 반영해 요금의 가격 시그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GDP 상위 50개 국가 중 32개 국가에서 연료비를 연동제 도입해 전기요금 왜곡으로 유발되는 비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경영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현황은 한전 내부 보고서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 비용을 전기요금에 연동하는 제도다. 유가 등락에 따른 전기요금 원가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유가하락 시기에 전기요금이 인하된다. 중장기적으로 연료비 증감이 전기요금에 분산 반영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유가에 따라 급등락하는 한전 실적에도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전은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에 그쳤던 2015~2016년 11조~12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대였던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080억원·1조356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변동성을 고스란히 실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이 같은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고유가 상황에서 국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을 '전기세'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요금 상승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한전이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전기요금 개편을 미루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검토할지 주목된다. 한전은 지난해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안에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과 필수보장공제제도 폐지 등을 내세운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이사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선 대안으로 연료비 연동제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