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주요 해외 배터리 공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제3자 전력판매계약(PPA) 도입 등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관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폴란드 배터리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 제품을 만드는 'RE100'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LG화학은 6일 전 세계 사업장에 RE100을 추진하는 '탄소중립 성장' 전략을 발표했지만 폴란드에선 이미 이를 도입, 운용하고 있었다.
LG화학은 주로 재생에너지를 프리미엄(추가 비용)을 주고 구매, 사용하는 '녹색요금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자가발전과 달리 초기 비용이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LG화학이 RE100을 추진하고 있는 폴란드에는 여러 지역에 걸쳐 5개에 이르는 전력 판매사업자가 있다. 한국전력공사만 전력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에너지 가격에 따르면 폴란드 전력 판매사업자들은 2018년 기준 산업용 전기 전력구매가격(SMP)이 MWh당 평균 82.22달러로 집계됐다. 당시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한 만큼 올해 평균 SMP는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 SMP에 웃돈을 얹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일부 공장에서 RE100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공장별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녹색요금제가 주요 RE100 이행 수단으로 알려졌다. 헝가리는 2018년 기준 산업용 전기 SMP가 MWh당 88.65달러다. SK이노베이션은 이 SMP에 프리미엄을 얹어 녹색요금제 비용으로 연간 최소 수백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내 대표 제조 기업이 해외에서 RE100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고객사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수요처인 테슬라나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RE100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와 달리 녹색요금제 등 이행 수단이 제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녹색요금제에 참여하면 온실가스 배출 감소 실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산업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담당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온실가스 상쇄 배출권이 늘면 국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은 감소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처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녹색요금제 도입은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녹색요금제 파생 형태인 제3자 PPA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개별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다. 소비자와 발전사 사이에 한전이 개입하는 게 제3자 PPA다. 한전은 이 과정에서 송·배전 등 망 이용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이런 내용 등을 포함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주께 입법예고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향후 국내 제조업체들의 RE100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RE100 이행 수단 발표 시점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까지도 몇몇 대기업과 접촉, 의견을 수렴하는 등 관련 법규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고객사 요청따라 재생에너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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