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동연구팀이 예측만 무성했던 미스테리 물질인 고차원 위상부도체 존재를 확인했다. 양자컴퓨터 개발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이길호 물리학과 교수팀이 미국 레이시언 BBN테크놀로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홍콩과기대와 공동연구로 고차원 위상부도체의 존재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위상부도체는 위상수학이 적용되며 2007년 처음 생긴 개념이다. '위상학적 꼬임'에 의해 부도체지만 가장자리에서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통상적인 위상부도체보다 꼬임이 더 많이 일어나는 고차원 위상부도체(HOTI)는 이론적 예측만 많고, 실제로 관측된 사례는 없었다.
연구팀은 초전도체 연구의 핵심이기도 한 조셉슨 접합을 활용했다. 조셉슨 접합은 두 초전도체 사이에 비초전도물질을 사이에 끼워 넣어도, 전압 없이 두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차원 위상부도체에는 1차원의 경첩상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이런 경첩 상태는 금속성 몸통 때문에 제대로 관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조셉슨 접합을 만들어 외부 자기장에 의해 어떻게 전류가 흐르는지를 관측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차원 위상부도체로 예상되던 '텅스텐 디텔루라이드(WTe2)'에 초전도 조셉슨 접합을 형성해 관측한 결과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경첩 상태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위상양자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양자 컴퓨터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돼 왔던 일반 양자컴퓨터는 '결 어긋남'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는데, 이는 외부잡음 때문에 양자정보를 잃어버려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상양자컴퓨터는 양자정보가 위상학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외부잡음에도 오류가 나지 않아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양자컴퓨터 개념으로 주목받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소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