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유현철 스파이더 대표 “배달아저씨 NO, 스파이더에서는 '영웅배송'”

[이슈분석] 유현철 스파이더 대표 “배달아저씨 NO, 스파이더에서는 '영웅배송'”

“브랜드와 타깃팅, 전략 모두 라이더(배달기사)에게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들이 흥이 나서 즐겁게 일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죠.”

12일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는 이같이 설명하며 “이륜차 플랫폼 사업 기반은 자유로움”이라고 정의했다. 이륜차 운전자는 와일드함과 더불어 구속을 싫어하는 문화적 특수성이 짙다. 이들 상당수는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일한 만큼 돈 벌기를 원한다. 또한 특정 플랫폼에 충성도가 크지 않으며 언제든지 옮길 준비가 돼 있다. 이는 배달대행 시장이 아직 미개척지에 해당하며, 시장 내 플레이어들 순위와 구도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스파이더는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장비와 복장, 오토바이 랩핑 디자인까지 스포츠 브랜드 같은 멋스러움에 초점을 맞춘다. 경쟁 업체들이 시인성 높은 브랜드 로고(BI)와 화사한 색상을 쓰는 것과 반대다. 멋에 집중하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어렵다. 그러나 스파이더는 기존 업체들의 홍보 전략이 되레 기사들에게는 거부감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파이더가 '영웅배송'을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더 개개인이 마치 '마블코믹스'의 영웅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디자이너 출신이자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 경험이 있는 문지영 공동대표가 이를 진두지휘한다. 문지영 공동대표는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 중심 브랜딩을 하면 정작 사용자인 라이더는 브랜드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며 “라이더와 지사장 의견을 반영해 입고 싶은 스타일을 적극 반영한다. 사용자가 즐기게 되면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더의 지향점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신규 투자를 유치해 낸 배경 중 하나다. 올해 신규 및 기존 투자 모두 대거 중단되는 와중에도 전략적투자(SI)와 시리즈A 재무적투자(FI)를 모두 이끌어냈다. 배달대행 업계는 소위 '빅3'가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지역·군소업체를 하나씩 흡수하는 형국을 보인다. 사업 출범 이후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업체가 이들 사이에서도 주목받은 이유는 라이더에 대한 이해도와 유치 잠재력이 출중하다는 평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스파이더의 두 공동대표 모두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특히 유현철 대표는 2009년 1인 기업 '생각대로'를 창업해 업계 선두로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유 대표 본인부터 라이더 출신이기 때문에 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현재도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소위 '똥콜(기피 주문)'을 직접 수행한다. 누구보다 배달을 잘 아는 유 대표는 라이더들 특유의 문화, 생업에서의 고충과 문제점까지 꿰뚫고 있다. 여기서 기반한 현장 리더십은 라이더들에게 '유 대표'가 아니라 '형님'으로 느껴지게 한다.

스파이더는 '라이더 팸버스' '스파이더GO' 등 기존 업계에 없었던 다양한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팸버스는 자발적으로 안전운전 준수, 친절배달, 범죄이력 조회서 제출 등을 이행한 라이더에게 높은 레벨을 부여하는 체계다. 고레벨 라이더는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히든 미션'을 전용으로 부여받는다. 대중의 험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라이더 스스로도 자정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유 대표의 지론이다. 유 대표는 “라이더 확보는 국토에 철길을 까는 것과 같다. 스피디한(신속한) 물류망이 갖춰지면 확장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며 “항상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업계 '이단아'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