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작은 마트가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마트다. 카드 회사에 다니다 보니 계산대에서 기다릴 때마다 고객의 결제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카드를 쓰는지 현금을 이용하는지, 카드를 쓴다면 어떤 방식을 이용하는지. 한참을 지켜봐야 할 정도인 것을 보면 꽤 내실 있는 매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단골손님인 나를 두고 사장님은 하소연한다. 유일한 재테크는 예금뿐이어서 하루하루가 똑같다는 것이다. 직장인처럼 낮은 금리로 대출하기도 쉽지 않아 주택 구매는 시도도 못해 봤고, 마트 확장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니 삶의 질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우리 동네 마트 사장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많은 가맹점주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나름 버젓한 영업장이 있고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출 같은 금융 서비스 이용에는 제약이 있다는 이유다.
현재 국내 금융권을 통해 560만 개인사업자에게 제공되는 대출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두 종류로 혼재돼 있다. 대출 시장에서 유통되는 사업자 신용정보는 법인사업자 대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정보는 극히 제한된다.
대체로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는 기존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직장인과 달리 고정 수입을 증명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는 대출이 거절되거나 다소 높은 금리대출 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속에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증대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에는 여전히 대표자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책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을 타개함과 동시에 개인사업자 특성을 반영, 더 다양한 매출 정보를 근거로 하는 새로운 신용등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이 같은 어려움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정된 신용정보법으로 다음 달 5일부터 신용평가(CB)업으로만 분류돼 온 기존 신용조회업이 개인CB·개인사업자CB·기업CB 등 세 가지 서비스로 세분화되고, 진입 규제 요건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에 특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개인사업자 CB업에 카드사 진입도 허용됨에 따라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의 매출정보, 상권위치, 부정거래 이력은 물론 향후 발전 가능성이나 가맹점 수익 개선 가능성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도 지금보다 유리한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 역시 새로운 기회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 신용등급으로는 거절되던 개인사업자에게 비즈 크레딧(비씨카드) 등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가능 여부의 추가 검토가 가능하다. 리스크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불법 영업으로 피해를 발생시킨 가맹점의 정보를 사전에 파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가 개인사업자CB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개인사업자CB 서비스로 발생하는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보건 등 금융 외 산업 분야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융합해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여러 산업과 융합하는 신규 서비스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카드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신용평가사의 보조 역할이 아니라 주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차별화한 CB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빠른 속도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박상범 BC카드 금융플랫폼본부장(상무) tomipahk@bcc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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