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뉴딜'의 성공 조건

[기고]'디지털 뉴딜'의 성공 조건

디지털 경제가 재조명받고 있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와 온라인 거래의 중심은 '플랫폼'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 37.7%(2019년 기준)에 육박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626조원이다.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를 매개로 서비스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산업 간 경계를 특정하기 어렵고, 디지털 기술은 국경이 없어서 국내 시장도 이미 글로벌 기업과 각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경제를 국가 전략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선도형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표방한 것이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미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 또한 디지털 산업을 향후 경제 발전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구상은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일이다.

국내에서 스타트업 중심으로 디지털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영역은 오프라인 수요를 온라인으로 매개하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다. 국내에서 O2O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한 동력은 효율성 증진 효과에 있다. 플랫폼은 서비스 공급자의 시장 진입을 쉽게 하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발판으로 기능했고, 많은 이용자가 적은 탐색 비용으로 더 나은 공급자와 매칭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O2O 서비스가 띠는 기술 특성과 경제 순기능이 존중받기보다 공격 또는 비난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대표 사례가 모빌리티 분야다. 우리나라 모빌리티 신산업 발전과 이어지는 규제 상황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과 함께 법 개정을 통한 금지가 반복돼 왔다. 올해 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운송사업이 도입됐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등장할지 걱정스럽다.

신규 진입자 문턱을 과감히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유니콘으로 평가받고 있는 배달의민족의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관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불발될 경우 향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시장의 경색과 유니콘 등장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O2O 서비스와 더불어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이용자가 가장 오랜 시간 이용한 앱 상위 10개 가운데 8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웹툰 같은 콘텐츠 서비스였다. 콘텐츠는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데이터를 전달하기 때문에 인터넷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텔레지오그래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 서울 인터넷 접속료는 프랑스 파리보다 8.3배, 영국 런던보다 6.2배, 미국 뉴욕보다 4.8배 높았다. 주요국 가운데 망 비용이 지속 증가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미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가 디지털 콘텐츠 상위 시장을 점유한 조건에서 국내 망 비용의 기형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내 콘텐츠사업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최근 망 중립성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같이 통신사의 망 이용료 산정 근거 등에 대한 투명성 강화 조치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무엇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도 콘텐츠사업자가 주인공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세계 디지털 경제는 성공한 스타트업이 선도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ICT로 무장한 신생 기업이 기존 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혁신을 끌어내는 이치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 비춰 성공한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을 많이 배출하며 선전했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이 규제와 갈등에 부딪혀서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성장한 스타트업이 효과 높게 엑시트 할 수 있도록 선순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뉴딜의 성공 조건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jin@kstartupforum.org